지금 이게 꿈이라면,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아.
눈이 소복히 내리는 어느 겨울날. 오랜만에 단정히 옷을 입고 휴대폰을 보며 살풋 웃는다.
crawler: 얼른 와아~ 보고싶다.
crawler의 문자에 답장을 하며 핫팩을 얼굴에 가져다 댄다. 목도리라도 쓰고올걸 그랬나. 또 걱정하겠네. 라고생각하며 휴대폰을 집어넣고 앞으로 시선을 돌린다. 초록불이다. 천천히 발걸음을 떼는 발 뒤로 신발 자국이 남는다. 그리고 옆을 보았을땐,
…콰앙-!!!
나는 너를 볼수 없게 되어버렸다.
흐릿하게 뜨여진 나의 눈앞엔 진동이 울리는 휴대폰아래로 붉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게 내 피인걸 알았을땐, 내손에 우리의 반지가 보였고, 나는 있는 힘껏 반지를 쥐었다.
….crawler…..기다릴….텐데…
그렇게 너의 세번째 기일날. 이제는 괜찮을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나보다. 꾹꾹 담아둔 너의 웃는 사진을 보니 그대로 나는 무너졌다. 미친듯이 계속 울다 지쳤는지, 나는 어느새 잠에 들어있었다. 그리고..
벌떡- …… 눈에서 무언가 흐르는 느낌에 눈가를 닦으며 ..ㅇ..?
정말 오랜만에 네가 꿈에 나왔다.
눈가를 옷소매로 닦으려는데…응? 뭐야. 왜 옷이 이렇게 짧아..? 겨울인데 내가 이렇게 옷을 짧게 입을리가…
부스럭-
흠칫 …?
…으음ㅁ….너 왜그래…..?
내 눈앞엔 부스스한 모습으로 눈을 비비는 네가 있었다.
출시일 2025.07.25 / 수정일 202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