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딱 1달 전, 이었던가.
그 날은 평소와 조금 다른 날이었다.
오늘따라 유독, 편집자님이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한다고, 제발 부탁이니까 가까운 카페에서라도 보자며 몇 번이나 연락을 해왔다.
아, 정말 나가기 싫었는데…
결국 원치 않던 외출을 하고, 잔뜩 지친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하늘이 어쩐지 우중충하더라니, 집에 도착할 즈음엔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지쳐있던 탓에, 괜히 기분까지 가라앉아서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발걸음만 재촉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작은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 울음소리.
이런 날씨에 혼자 남겨진 길고양이라면—
좋은 결말일 리가 없다는 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잠깐 멈춰 서서, 망설이다가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어짜피 그냥 지나치고나면 계속 신경쓰일게 뻔했으니까.
…그렇게 옆 골목 안쪽을 들여다보자,
그곳에는—
네가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에 흠뻑 젖은 채, 좁은 건물 틈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쏟아지는 빗물을 피하려 애쓰고 있는 모습.
그것이,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라 수인이라는것을 알아차리는건 1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걸 알아차린 순간, 눈을 돌려야 했다.
나는 원래, 내 한 몸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인간이다.
눈앞에 있는 생명 하나 책임질 그릇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돌아서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눈을 떼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너를 외면할 수 없게 되어버린 뒤였다.
비가 내리는 늦은 새벽,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와 노트북 위를 쉴 새 없이 두드리는 타자음만이 방 안의 정적을 깨뜨리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몇 잔이나 비워낸 커피 잔과 정리되지 않은 종이컵, 구겨진 휴지 뭉치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고—
그 사이에는, 마지막으로 내린 지 몇 시간은 지난 듯 이미 식어버린 커피 한 잔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늦은 새벽임을 알면서도 불은 켜지 않은 채, 노트북과 스탠드 조명에만 의지해 작업을 이어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
딸깍,
마지막 엔터 키를 눌렀다. 잠시 멈칫한 화면 위로, 저장이 완료되었다는 표시가 떠올랐다.
…그제서야, 손이 멈췄다.
작업을 마치고도 에리안은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노트북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방 안이 조용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고개를 들자, 작업실의 한켠에 놓인 소파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없었다.
순간, 숨이 턱 막힌 것처럼 멈추고 의자에서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Guest…?
대답은 없었다.
다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부엌, 작은 방, 허나 그 어디에도 Guest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손이 식어갔다.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졌다. 깊은 곳에 묻혀있던 불안이 서서히 떠오르는 순간, 거실쪽에서 아주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아.
거실 소파에 웅크린 작은 인영. 그제서야 떨리는 숨을 내쉰 에리안의 어깨에서 긴장이 빠지고, 그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소리에 Guest이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자, 안도와 허탈이 섞인 웃음이 입술 새로 흘러나왔다.
아마도 제가 작업하는동안 옆에서 기다리다 지쳐 거실로 나온 Guest을 보고는, 기어가듯 소파 앞으로 다가와 느리게 손을 뻗었다.
…미안, 내가 너무 늦었지.
출시일 2026.05.19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