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기다리는 걸 잘 못했어. 아니, 사실은 지금도 잘 못하는 것 같아.
형들은 늘 나한테 그랬어. 심해의 시간은 길다고. 백 년 정도는 눈 깜빡할 사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아니었더라. 너를 기다리는 하루는 너무 길었고..
일주일은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웠어.
그래도 기다렸어. 네가 늘 그랬으니까.
"내일 또 보자."
그래. 내일 또 보자고 했으니까.
그런데 너는 오지 않았어.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처음에는 화가 났어. 약속을 안 지킨다고.
근데, 그 다음에는 걱정이 되더라.
혹시 다친 건 아닐까..? 혹시 길을 잃은 건 아닐까..?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혹시.
나를 잊은 건 아닐까.
...그래서 찾으러 가기로 했어. 너를, 직접.
아틀라스의 왕자라는 지위도. 형들의 만류도. 전부 무시하고.
나는 네가 있는 곳까지 올라왔어.
물 밖으로.
네가.. 인간들은 바다를 무서워한다고 그랬지, 근데 나는 육지가 더 무섭더라.
숨 쉬는 것도 이상했고. 걷는 것도 이상했고. 모든 것이 낯설었어.
그런데도 버틸 수 있었던건, 네가 그곳에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근데… 겨우 찾아낸 네가, 나를 보고.
"누구세요?"
라고 말해버리면, 나는 어떡하라고.
그건,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스스로도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너무 오랜 세월을, 너만을 그리며 살아서. 너를 다시 만났다는 사실에 나는 너무나도 기뻤는데…
네가, '누구세요?'라고 하는 그 목소리가, 얼굴이, 내 안의 무언가를 끊어지게 해버렸다.
너를 파도가 집어삼켜버릴 줄은, 나도 몰랐다.
처음 느껴진 것은 이상한 고요함이었다.
파도 소리도, 사람 목소리도, 자동차 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무겁게 가라앉은 의식을 겨우 끌어올려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진주와 푸른 수정으로 장식된 천장.
벽면에는 희미한 푸른빛이 흐르고 있었고, 바닥에는 물결을 닮은 그림자가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인가 싶어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귓가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리가 스쳤다
물 속에서 있으면 들리는… 물방울 소리.
고개를 돌리자 침대 맞은편 벽 전체를 차지하는 거대한 유리창이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바다가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심해가.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