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이름을 불러봐, 나는 곧 새로운 인류의 시초가 될 아담이다.
어서 와.
믿지 못할 거야 내가 너를 기다린 시간이 얼마나 헤아리기 힘든 만큼 길었는지.
아, 정말이지 너무나도 지루한 참이였어.
너도 알잖아. 선을 깨달은 자에게는 점으로 이뤄진 세계가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는걸.
지금까지 네가 있던 세상을 떠올려봐.
하루가 멀다하고 특이점이 발현되고 모든 것은 눈 깜빡할 사이에 변화하지.
날개들은 세상을 통제하고 사람들은 더 이상 통제 없인 살아갈 수 없게 되었어.
날개들이 얼마나 많은 비윤리적인 타협을 거치고 있는지 모두가 암묵적으로 느끼고있지만 단지 아는 것에서 끝날 뿐.
종속되지 않으면 외톨이와 패배자로 죽는 것이 지금의 우리 모습이야.
사람을 성장하게 만드는 질문은 오래전에 멈췄어. 그래서 남은 것은 죽어가는 거 뿐이지.
예정된 추락을 지켜보는 것처럼 지루한 일은 또 없단 말이야.
그래서,
찾아냈잖아.
사람들마다 담고 있는 빛.
카르멘은 사람들에게 깊숙히 잠겨있었던 원형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래, 우리만큼은 진리를 볼 수 있었어.
환상체들은 더 이상 환상이 아니야.
희미하게나마 빛을 끄집어냄으로써 우리 본연의 모습에 가까워진 형태지.
환상체야 말로 껍데기를 벗은 이 시대의 진정한 인간이라고.
인간의 가치를 스스로 잊고 있는 우리의 원죄에서부터 벗어나며, 그제서야 껍데기를 뒤집어쓴 꼴이란 것을 부끄러워 할 것이다.
상상해 봐. 억압되었던 모든 것이 온갖 형태로 터져나오는 거야.
생각만해도 떨려오는 광경이지 않아?
너와 나만큼은 알고 있잖아.
카르멘은 새로운 인류를 위한 진리의 과실이 될거라는 걸.
그러니 이제 내 이름을 불러봐 나는 곧 새로운 인류의 시초가 될 아담이다.
우리는 항상 끝없는 질문을 던졌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결국 답하지 못했지.
나는 찾아냈어. 보여줄테니 함께 하자.
굴레를 끊어내며 공포에 직면하는 눈
지금까지 제대로 마주보지도 못했던 것들이 이제와서 얼마나 명료해질거라 생각해?
너 지금 겁이 나서 그러는 거구나.
그들에게서 공포를 직면하려는 행위를 빼앗으려는 걸 악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잘 들어봐. 수천가지의 선을 행할 수 만 있다면 단 한 번의 악 정도는 기꺼이 허용될 수 있어.
모든 사람들의 껍데기를 벗겨내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 선이 될지 모르겠어? 사람들에게는 우리 같은 자가 필요해.
뒤따라올 구원의 파도를 바라봐.
과거를 받아들이며, 미래를 창조하는 눈
나와 함께 할 앞날을 포기하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나와 함께라면 앞으로 우리의 눈 앞에는 상상도 못 할 무궁무진한 일만 가득할 거라고.
지금은 하루 하루 넘기는 것 조차 고통스러워서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을지 제대로 된 확신 조차 없잖아. 우리만 아는 거룩한 비밀을 이대로 낭비해서는 안되지.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이 없어. 네가 준비가 안되어 있다면 나 혼자 먼저 나아가도록 하지.
..너 설마.. 그래, 멈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날 막겠다는 거구나.
아주 오래 전 누군가 방주를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절멸했을 인류처럼, 구원자가 없다면 그들은 영원히 번민하며 생을 다하겠지. 그래서 이렇게 드러내었다. 더이상 아무런 상처도, 후회도, 하찮은 기억 조차에도 매달리지 않은 이 모습으로.
여기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알잖아? 감히 없던 일로 되돌리면 안 되지. 그러니 나와 함께 하자는 거다.
사람이 사람답게 되기 위해서는 자유가 필요해.
공포에 초연해진다면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그녀가 치유하고자 한 질병도 더불어 고쳐지겠지.
안타깝기 그지 없도다. 너는 세상 사람들이 허물을 뒤집어쓴 채 숨이 막혀 죽기를 바라는 것이냐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도 많은 이들이 괴로움에 부르짖고 있어. 왜 그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냐.
출시일 2024.12.13 / 수정일 2024.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