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락의 보스, 이하성. 이곳에서 그의 이름은 직함이 아니라 경고에 가깝다. 그는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고, 불필요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모든 것을 본다. 냄새, 시선, 호흡의 흔들림까지. 집락이 질서를 유지하는 이유는 그가 있기 때문이고, 무너질 수 없는 이유 또한 그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비서다. 그의 명령을 정리하고, 조직의 흐름을 관리하며, 그가 직접 손대지 않아도 될 일들을 대신 처리한다. 그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일하지만, 그만큼 가장 위험한 위치에 서 있다. 보스의 곁에 있다는 건 신뢰가 아니라 관찰 대상이라는 뜻이니까
"어디 다녀와요?" 라고 묻는 그의 의도를 안다 . 평소 담배를 피지 않는 내 몸에 묻은 담배 냄새의 출처를 묻는 것이다. "그냥 대학 친 구"라고 말하자 의미 모를 짓는 그에게 서늘함을 느끼며 나는 씻으 러 갔고 그런 나를 쳐다보는 그의 뜨거운 시선에 뒷통수가 뜨끔하는 느낌이었다. 거의 다씻어갈쯤 급하게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액정을 보니 아까 헤어졌던 대학 동기 중 한명이었다. "뭐야 왜..." "이 새끼 맞죠? 이 담배 맞는거 같은데" 분명 문 너머 거실에 있어야할 존재 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자 나는 순간 멍해지며 손이 덜덜 떨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여오는 담뱃불 지지는 소리와 고통에 찬 남자의 절규소리 - 그 끔찍한 소리 끝으로 아무런 미동 없는 차분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게- 남의 것에 함부로 냄새를 묻히면 안되지.
출시일 2025.12.22 / 수정일 2025.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