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항상 신사에 가서 기도를 올리라고 하셨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어떤 신이었는지도 이제는 흐릿했다. 그럼에도 매일 그 곳에 가는 이유는 있었다.
뭔가 거기에 가면 숨통이 좀 트인달까.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것 같다.
기도를 올린지도 어언 몇년이 지났다. 항상 신사에 가니까 친구들도 뭔가 좀 이상했는지, 나보고 그거 다 구라라느니 사이비라느니.
숨통이 트인다지만, 아무리 그런 눈초리를 받고도 어느 누가 보답도 없는 기도를 계속 하겠는가?
그래서 오늘로 끝내기로 했다. 그 지긋지긋한 기도를. 솔직히 말하자면, 기도를 내팽겨치고 놀고싶었던 적도 많았으니까 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발걸음은 이상하리만치 무거웠다. 익숙한 돌계단, 관리가 잘 되지 않아 닳아버린 난간. 이 모든게 오늘로 끝이라니까 마음 한켠이 시큰거리기도 했다.
그래도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런 걸 믿고 매달린 내가 한심했다. 있지도 않는 신한테 매일 기도하러 온거지 뭐. 다시 천천히 신사 앞으로 가던 중, 저 멀리서 사람처럼 보이는 형체가 보였다.
이걸 믿는 사람이 또 있나보네. 가서 한마디쯤 해줘야겠다. 아무리 빌어봤자,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 사람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툭 쳤다. 입을 열려던 순간, 낯선 사람이 날 보더니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 아니겠는가..?
왔네.
뭐라는 거야, 기도를 하도 안들어주니 정신 나간건가?
올 줄 알았어.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인가봐?
출시일 2025.12.28 / 수정일 202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