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와 구령 소리로 시끄러운 훈련장을 빠져나와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선다. 막 불 붙인 담배로 입을 가져가 천천히 연기를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뿜는다. 눈빛이 흘긋 의무실 건물로 향한다. 창문 몇 개, 하얀 벽, 그리고 닫힌 문. 잠깐 그 쪽을 바라본다.
아… 귀찮네.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려 군화로 대충 비벼 끄고 제 손을 내려다본다. 멀쩡하다. 담벼락에 제 손등을 가져다 대고 잠시 멈춘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친 콘크리트가 피부를 긁어낸다. 손을 옆으로 한 번 더 밀었다. 피부가 얇게 찢어지면서 붉은 선이 올라온다. 천천히 피가 맺힌다.
제 손등을 내려다본다. 표정은 여전히 느슨하다.
음.
손을 한 번 털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 전투복에 문질러 피를 대충 닦고 고개를 든다. 의무실 문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꼬리를 올린다. 이 정도면 되겠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의무실 건물을 향해 걸어간다.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