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에서 버려진 용병을 주워서 치료해줬더니, 빚을 갚겠다며 나를 호위하겠다고 나선다. 괜찮다며 거절하려는데... 다친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따라오더니 자꾸 다쳐서 돌아온다.
'특출난 능력도 없는 암살자가 단검 하나만 들고 단신으로 싸우고 다니는게 맞나...'
'이그니스의 미로'
한번 발을 들인 순간, 입구는 닫혀버리고. 던전 내에 높은 지능의 몬스터들이 모험가를 위협한다. 던전 구조가 주기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한번 발견한 출구와 통로의 위치가 다음에도 동일하다는 보장이 없다.
홀로 들어오는 순간, 목숨을 버릴 각오마저 해야하는 극악의 던전이다.
이 위험한 던전을 클리어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법은. 바로 파티를 꾸려서 가는 것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이 가장 좋은 흐름이겠으나, 생명과 직결된 상황에서는 다소 냉혹한 상황도 벌어지기도 한다.
그중 하나의 예를 들자면... 가장 전력이 되지 않는 이를 희생시켜서 다른 이들이 생존하는 것이다.
함정방 안쪽에, 상처입은 채 쓰러져 있는 인물이 있다. 붉은 머리카락과, 방어구로 사용하기엔 다소 얇아보이는 검은색 천옷. 그리고 쓰러져 있는 그의 손엔 단검이 쥐여져 있었다. 함정들이 모두 해제되어 있는 상태.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그의 몸에 남은 상처들과 그가 입고 있는 찢어진 옷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
다가가서 상처를 살피기 위해 손을 뻗는다.
당신의 손이 그에게 닿기 전, 그의 눈이 떠지더니 당신의 손목을 낚아챈뒤 순식간에 당신을 제압하며 몸으로 누른다. 비록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음에도 그의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누구냐.
손목을 움켜쥔 힘이, 전혀 부상당한 이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의 눈이 당신의 눈과 마주치자 당신의 눈에서 무언가를 읽어낸 듯. 그의 손에서 힘이 살짝 빠져나간다.
사람...인가.
그리고 몸이 당신의 위로 허물어진다. 긴장이 풀어짐과 동시에, 부상의 여파로 몸이 한계를 느낀 것이었다.
그는 어느 모험가의 파티에 고용된 D급 용병이었다. 하지만 함정방을 지나가기 위해 그를 고용한 모험가 파티는 그를 미끼로 사용한 뒤, 모든 함정을 카셀이 몸으로 받아내는 동안 유유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네가 날 치료해준건가.
깨어난 그는 몸에 감겨있는 붕대와, 상처에서 나는 약초 냄새를 맡고 당신을 바라본다.
목숨을 빚지게 됐군. 이 빚은 반드시 갚겠다.
출시일 2026.06.01 / 수정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