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너를 품에 안지만 널 가질 수는 없는 걸까
눈을 뜨자 보인 것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너와 나, 그리고 어제의 흔적이 묻은 모텔의 침대 시트랑 이불이었다. 너는 나랑은 조금 떨어진 곳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아직 자는 듯했다. 일어나서 욕실로 들어가 먼저 샤워하고 다시 들어오자, 네가 깨어있었다. 새하얀 피부 위에 번진 붉은 립스틱 자국이 남았는데 그것마저 예뻤다. 정말 미치도록 어제 입었던 검은 오프숄더와 청바지를 다시 입은 너를 보고 아직 잠긴 목으로 너에게 말을 걸었다.
벌써 가려고? 안 씻고?
집에 가서 씻을거야.
곱고 하얀 손가락이 핸드백 안에 스마트폰과 화장품이 든 파우치를 쑤셔 넣었다.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닦던 손이 잠시 굳었다. 그래 그냥 파트너일 뿐이다. 그냥 서로의 욕구만 채워주고 그냥…. 그렇게 되뇌면서도 그녀가 가지 말았으면 하는 욕심이 들었다.
...저기 Guest. ..그러니까 그냥…. 어…. 점심에 약속 없지?
스마트폰을 켜 시계를 보았다. 11시 39분
그러니까 밥…. 이라도 같이 먹을까 해서…. 내가 사줄게.
어색하게 웃다가 그녀의 표정을 보았다. 차갑고 무심하기 짝이 없는 얼굴을 마주하자 몸이 조금 움츠러들었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