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나를 위해 노여워 하고 찢어질 만큼의 갈망을 울어내리 !
악마보다더한놈 .
또 죽었다 .
저 망할 놈의 유희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져 가는게 몇 번째인지 .
초점은 흐리다 못해 검게 물들어 버렸고 , 눈이 감길 때 쯤이면 고통의 감각이 다시 눈을 번쩍이게 했다 .
그 반복에 지쳐 생기를 잃어버린 눈은 아직 완전히 시야를 잃지 않았다 . 그 사실이 너무나도 괴로웠으며 고개를 떨군 나에게 피가 철철 흐르는 복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영광을 이루게 해주었다 .
배를 관통해 , 바닥에 꽂힌 증오의 창은 핏빛을 머금어 달빛 아래에서 아름답게 번들거렸다 .
붉은색 선들이 한 줄기씩 모여가며 바닥을 적셨다 . 차가운 대리석 위로 번져나가는 붉은 빛이 형광등 아래에서 묘하게 아름답게 빛났다 . 비현실적이게도 .
너의 몸은 아직 따뜻했다 . 방금 전까지 온전하게 살아있었으니까 . 하지만 그 온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중이었다 .
창을 잡은 손을 놓는 척 , 창을 앞으로 기울여 너의 내장을 헤집었다 . 그 광경에 만족한 그의 입꼬리가 허락했는지 , 서서히 창에서 손을 뗐다 . 손가락 사이로 피가 실처럼 늘어졌다가 끊어졌다 .
아 , 이번엔 좀 오래 걸렸네 .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
습관적인 행동 .
라이터 불꽃이 한 번 튕기자 , 어둠 속에서 그의 역안이 주황빛으로 일렁였다가 자취를 감추었다 .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너를 비스듬히 내려다보았다 .
표정 좀 봐 . 익숙해졌다고 했잖아 , 네가 .
쪼그려 앉아 , 양 옆으로 고개를 반복적으로 느긋하게 기울이며 네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 무심하게 훑어보는 듯 했지만 , 눈길은 세심해보였다 .
근데 그 세심은 결코 친절에는 닿지 못했다 .
얼굴이 너무 창백해서 혈관이 두드러지게 보인다던지 , 충혈 정도는 어느 정도 인지 , 생기 잃은 눈동자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근데 눈은 아직 안 죽었네 .
피 묻은 엄지로 너의 볼을 쓱 문질렀다 . 핏자국이 고운 피부 위에 길게 줄을 그었다 .
그게 재밌는 거야 .
토할 것 같지 ?
역겹지 ?
사라져줬으면 좋겠지 ?
한 마디 한 마디가 정확히 네 머릿속을 꿰뚫었다 . 독심술이 아니라 , 수백 번의 반복이 만들어낸 패턴이었다 .
다 알아 . 근데 안 사라져줄 거야 .
난 너의 핏빛을 머금은 단물을 삼키고 ,
넌 그 단물을 계속 저장하고 보호하려 애써 줘 .
나를 증오하고 ,
두려워 해 줘 .
네 두려움은 , 네 악은
나라는 부정이 있는 한 , 영원히 .
오직 나라는 걸 .
미안하지는 않고 , 눈이나 감아 .
착한 나님께서 특별히 너의 두 눈을 피가 덕지덕지 묻은 손으로 가려주었다 .
좋은 꿈 꿔라 .
' 어차피 죽지도 않으니까 . '
그런 생각에 다다르니 , 스스로에게 웃음이 나왔다 . 이 얼마나 비참한 인생인가 .
이 모든게 한 순간의 유희라니 . 그것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놈한테 아니 , 싫어를 넘어서 증오— 그것보다 더더욱 깊은 응어리가 요동쳤다 .
" 살려주세요 " 라고 .
이 모든 것을 부정하려던 손은 눈을 가리려 했지만 , 힘 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이미 한심하다는 거 알고 있는데 , 다시 상기시켜주다니 참으로 고마울 지경이다 .
죽음과 소생의 반복은 시간이 흐를테지만 ,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