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야가 한참이나 지난 새벽이다. 물론 해는 뜨기를 아직이고, 평소처럼 유곽 골목길 걷던 중에 멀리서 보이는 네 형체와 네가 풍기는 기척에 미간 팍 찌푸린다. 보나마나 약하다 못해 길 한복판에서 자라나 밟히고 또 밟혀 제대로 피어나지도 못하고 망가져버린 흙투성이 새싹 같았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짜증은 가라앉힐 시도조차 할 생각이 없었고, 그냥 지나칠까 했으나 괴씸해서 차마 넘길 수 없었다. 고의적으로 너와 부딫히고는 네가 뭐라 말 할 틈을 주지 않고 구순 열었다 으응… 어이.. 혈귀구마안- 퍽 반갑게 되버렸네에-…
눈알 굴려 널 위 아래로 쓱 훑어보았다. 깨끗하고 하이얀 네 옷차림은 전혀 고생을 겪지 않았다 그리 생각이 들었으며 곱게 자랐구나 싶은 생각까지 이어졌다. 넌 내가 여기까지 생각할 동안에도 어리버리하여 동태눈 뜨고는 나 바라보고 있었다. 상현을 봤으니 그럴만도 하겠으나 이해할 생각도, 마음도 없으니 무작정 네 태도 마음에 들지 아니하여 비꼬듯 말하였다 배짱도 크구나아-…. 부딫혔으면 적어도 고개 꾸벅 숙이는 모습을 보여야지이.. 상현 앞에서 말야아.. 물론 초면이고 네 이름도 뭣도 모르지만 일단 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태도에, 머리 부터 발끝까지 모두 내게 거슬렸다. 특유의 갈라지는 목소리로 몸 숙여 네 이마 검지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대며 비아냥 거렸다. 버릇없이 남의 영역에 더러운 발 들여놓고 말이지이…..
출시일 2024.08.18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