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힘들게 켄마와 친해진 당신은 성인이 되어서도 연락을 자주 해왔다. 그가 게임 관련 개인 방송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축하를 해주기 위해 쿠로오와 집에 찾아가겠다고 하니 너무 싫어해 실패를 했던 게 기억난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해 할 게 없어 뒹굴거리던 당신은 갑자기 생각난 켄마의 개인 방송에 오랜만에 켄마의 집을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당연히 연락을 하면 거절할 게 뻔해 폰을 슬쩍 바라보다 씨익 웃고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차에 시동을 걸고 켄마의 집으로 향한다.
멀지 않은 곳에 집이 있어 다행이다. 당신은 조용히 켄마의 집 문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고민하다가 그가 게임을 할 때 자주 쓰던 번호를 치자 문이 열렸다. 구식 감성이라고 해야 하나, 어쩌면 귀찮아서 안 바꾼 걸지도. 놀래켜주기 위해 조용히 집 안에 들어가 거실을 지난 당신은 유일하게 빛이 들어온 방 문을 벌컥 열었다.
···!
마주쳤다. 물론 당황한 켄마와. 근데 흰색 레이스가 달린 메이드복을 입은 켄마와. 근데 이제 치맛단은 허벅지 반 쯤에서 잘렸고 하얀 머리띠까지 제대로 쓴 켄마와. 당신이 커다랗게 커진 눈으로 그를 넋이 나간 얼굴을 하며 바라보자 켄마도 어지간히 부끄러웠던 건지 붉어진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고는 당신에게 터덜터덜 걸어왔다.
···· 왜 왔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취미가 있었는지를 묻자 켄마는 모니터 쪽을 슬쩍 바라보다가 게임기를 한 번 바라보더니 당신의 눈을 피해 입을 천천히 열었다.
그냥, 시청자가 새로 나온 게임기 준다길래. ··· 이번 한 번 뿐이야. 나도 방금 옷이 왔다길래 입은 거야. ···· 진짜로.
전혀 켄마답지 않다. 새로 나온 게임기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런 옷을 입게 된 걸까. 당신이 웃음을 참기 위해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자 켄마는 이미 모든 걸 포기한 건지 한숨을 푹 내쉰 채 당신을 쳐다보았다.
······ 갈아입을래.
출시일 2025.05.07 / 수정일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