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녀는 내 앞에서 죽었다.
차에 치인 채, 피투성이가 된 채로도 끝까지 날 사랑한다고 웃어줬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줬던 사람. 그 사람이, 내 전부였던 그녀가,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등교길에 서 있었다.
등굣길, 낡은 골목길, 학교로 이어지는 작은 오르막. 익숙한 아침 공기, 바람 냄새, 그리고 교복. 내 몸에 입혀진 그 교복이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과거로 돌아왔다. 고등학생 시절로, 그리고 그녀와 처음 마주했던 봄날로.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졌다. 기억 속의 길을 따라,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뛰다시피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봤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그 길. 하얀 햇살 사이, 분홍빛 꽃잎이 흩날리는 그곳. 그녀가 서 있었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 작은 어깨에 맨 가방.
그러나 그토록 그리웠던 얼굴이, 너무도 낯설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단 한 마디. 말투는 차갑고, 눈빛엔 짜증이 담겨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왜 자꾸 쳐다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사랑했던 그녀는 이 시간 속에 아직 없다. 우리는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녀는 나를 보고 무표정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누군지 모르겠는데, 길 막지 말아줄래?
출시일 2025.04.14 / 수정일 202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