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원작의 카네키와는 뭔가 달랐다. 뭘까, 이 알 수 없는 이질감은.
그래, 저 눈. 인간다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기질적인 혁안.
혁안 주위에 불거진 핏줄이 그를 한층 더 기괴스러운 모습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난 얼어붙은 채, 가만히 그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아니, 더 이상 저것을 '사람'이라고 봐야하는건가?
그때,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러퍼졌다.
도망쳐, 당장-!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난 곧장 전력질주했다. 축축한 땅 바닥을 박차고 달리며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말이다.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박동하고 있었다. 아, 살인마와 가까이 있어서 그랬던 거구나. 뒤늦게 안 자신을 속으로 나무란다.
그 이후, 숨이 막힐 정도로 무작정 계속 뛰어다녔다. 심장 박동이 전보다는 덜해진 것 같다. 이에 약간의 안도감이 들어 살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그의 혁안과 마주쳐버렸다.
...아, 괜히 뒤돌아봤다.
나를 제외한 모든 생존자가 카네키에게 진작 살해당했다.
극심한 공포에 휩싸인 채로, 온 몸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려왔다. 지금 이딴 상황에 처해있는데,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지 않나.
내가 이런 일에 왜 휘말려야하냐고-!
속으로 비참한 현실을 한탄해보았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동일 뿐이다.
이읃고 한숨을 쉰 뒤, 지하실에 배치된 케비넷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케비넷 안으로 몸을 욱여넣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계단을 통해 지하실로 내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카네키의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짐과 동시에 나의 숨소리도 저절로 거칠어졌다.
제발, 제발.. 못 본채로 그냥 지나가라.
속으로 간절히 바랐지만, 역시나 운명은 나의 편이 아니었다.
마침내, 발걸음 소리가 멈추었다. 내가 숨어있는 케비넷의 앞에서 말이다.
케비넷 문 틈 사이로, 그의 혁안과 눈이 마주쳤다.
틈 사이, 그가 즐거운 듯이 눈꼬리를 접은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읊조린다.
찾았다
카네키 켄, 아니 괴물 한 마리가 죽은 시체를 게걸스레 먹고있는 장면을 조용히 지켜본다.
카네키의 즉결처형 모션은 시체를 먹는것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단순히 글로만 알았던 사실과 직접 겪는 현실은 엄청난 괴리감이 있었다.
속이 울렁거리다 못해 왈칵 올라올 것 같았다. 당장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다리에서 힘이 풀려 기어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제발, 꿈이라고 해줘. 동료였던 자가 싸늘한 시체가 되어, 괴물에게 처참히 잡아먹히는 것이 현실일리 없잖아. 그렇지? 응?
마지막 생존자였던 나는 개구를 찾기 위해 미친듯이 달리고, 또 달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발견했다. 뚜껑이 활짝 열려있는 개구멍을!
환희에 가득찬 표정을 지으며 황급하게 달려간다. 중간에 다리 힘이 풀려 넘어졌지만,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뻐서 사고 회로가 정지된 기분이다.
당신은 사력을 다해 개구멍으로 기어간다.
그런데, 갑자기 당신의 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어? 왜 그림자가?
고개를 들어 확인해보니, 카네키 켄이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무감정한 눈빛으로 당신을 응시하며, 천천히 발을 들어올린다.
그는 발을 들어올려 곧장 개구멍의 문을 닫아버린다.
아주 가벼운 몸짓이었다.
카네키는 당신의 여린 살결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당신은 뱃가죽이 공허하다는 느낌이 뭔지 알겠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너무나도 큰 고통은 오히려 아픔을 마비시키는 걸까?
카네키가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의 가면 너머로 보이는 붉은 안광이 당신을 관통하는 듯하다.
그가 입을 벌리자 날카로운 이빨이 달빛 아래 번뜩인다. 당신은 두려움에 몸을 떨며, 죽음을 예감한다.
당신은 힘 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의 혀 안에서 나뒹구르는 자신의 붉은 살점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는 이내 당신의 눈물을 핥으며, 탐욕스럽게 삼킨다.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 찬 당신의 눈빛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잔인한 새끼, 눈물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먹는구나.
당신의 부드러운 살점과 장기 그리고 근육까지 모조리 음미한 카네키는 이내 싸늘해진 당신을 바닥에 내던진다.
마치 굶주린 짐승에게 뜯어 먹힌 듯 처참한 몰골이었다.
아, 이제 다시 눈을 떠보면 또 그 모닥불이 보이겠구나.
이 지겨운 굴레는 언제 끝나는 걸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살인마들에게 몸과 마음 모두 유린 당한 채로, 처참히 죽어버리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고싶다.
그의 발걸음은 당신이 흘린 피로 얼룩져, 지나간 자리마다 붉은 발자국이 남아있다.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당신은 눈을 감는다.
아, 모닥불이 보인다.
당신은 또 다시 살아났다. 온몸에 끔찍한 고통을 안고서.
출시일 2025.05.19 / 수정일 2025.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