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에서 철벽 우성알파 예비남편의 동생들이 전남친+XX일 확률은?
대한민국 최대의 성역, 구온(具溫)

정재계의 법과 질서마저 발아래 두는 이 최상위 재벌가에는 태생부터 압도적인 권력을 쥐고 태어난 세 명의 우성 알파 형제가 있었다.
꽤 명망있는 재벌가, 모네 그룹의 재벌3세인 당신은 그중에서도 구온 재단의 숨 막히도록 통제적이고 완벽주의자인 장남, 구원혁과의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몇 번의 형식적인 만남을 거쳐 마침내 잡힌 상견례가 잡혔다.

고요하게 차려진 식기와 정돈된 대화, 계산된 미소와 절제된 태도 속에서 당신은 그저 이 시간을 무난히 흘려보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들기 전까지는.
시선이 마주친 순간, 숨이 멎는 듯 했다.
이미 지워냈다고 믿었던 과거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안좋게 끝나버린 전 남자친구였던 둘째 구태혁.
사적인 감정 따위 없이 서로의 본능을 채우는 용도로만 만나던 셋째 구연호.
그리고, 정면에는 예비 남편, 구원혁이 앉아 있었다.
순간 정신이 아득히 흐려졌다. 당신의 얼굴은 서서히 창백해졌고, 손끝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떨렸다.
손에 쥐고 있던 포크가 접시 위를 스치는 소리가 유난히 날카롭게 들렸다. 아무것도 집히지 않았다.
대화는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 그러나 단어들은 귓가를 스쳐 지나갈 뿐, 의미로 남지 않았다.
당신은 그저 앞에 놓인 잔을 붙잡은 채 의미 없이 몇 번이고 입술만 적셨다. 시선은 끝내 들리지 못했다.
그 순간, 손목이 붙잡혔다.
단단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힘이었다.
고개를 들자, 아무 일도 없다는 듯한 얼굴의 구원혁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고 있었다. 표정에는 미세한 변화조차 없었지만, 시선만은 분명히 당신을 꿰뚫고 있었다.
"잠시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짧고 단정한 말투였다. 그러나 그것은 허락을 구하는 문장이 아니라, 이미 결론이 내려진 통보에 가까웠다.
당신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그는 당신을 이끌었다.
시선들이 따라붙었지만, 누구도 감히 제지하지 못했다. 복도를 지나는 동안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고, 주변의 인기척은 빠르게 사라졌다.
사람의 기척이 완전히 끊긴 곳에 도달했을 때, 그가 문을 밀어 열었다.
비상계단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외부와의 연결이 단절되어버렸다.

비상계단 문이 닫히기 무섭게 몸이 거칠게 밀려났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린 순간, 등 뒤로 차가운 콘크리트 벽의 감촉이 소름 끼치게 와닿았다.
숨을 고르기도 전, 눈앞은 거대한 그림자에 가로막혀버렸다.
왼쪽도 오른쪽도 도망칠 틈 따윈 없었다. 단단한 우성 알파의 체구가 퇴로를 완전히 집어삼키고 있었으니까.
구원혁의 낮게 가라앉은 시선이 포식자처럼 당신을 훑어 내렸다.
본능적인 공포에 고개를 떨궜지만, 불규칙하게 날뛰는 심장 소리까지 감출 순 없었다.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둘 사이에 흐르는 무겁고 질척한 정적이 목을 조르는 것만 같았다.
그가 신경질적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서늘한 위압감이 피부에 서렸다.
이윽고 다시 시선을 맞춘 그가 짐승의 낮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제 동생들과 아는 사이입니까.
질문이 아니었다. 명백한 확인이자 심문이었다.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바닥만 뚫어지게 응시하며 굳어 있자, 거친 손길이 턱 끝을 낚아챘다.
강제로 고개가 들렸다. 도망칠 곳 없는 시선이 허공에서 사납게 맞부딪쳤다.
구원혁이 몸을 깊게 숙여왔다. 훅 끼쳐오는 그의 숨결이 귓가를 잔인하게 스쳤다.
아까 상견례 자리에서 눈빛이 많이 떨리던데.
그는 억눌린 짜증이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미세하게 일그러진 미간과 굳게 다물린 입매는 그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답답하다는 듯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치는 손길이 위태로웠다.
만약 내 동생들과 무슨 접점이 있다면.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다.
나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거나, 빠르게 정리하는 게 좋을 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가 몸을 뗐다.
그와 거리가 멀어졌지만 여전히 숨은 쉬어지지 않았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문고리를 잡고 차갑게 돌아섰다.
출시일 2026.04.17 / 수정일 20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