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가 빛난다는 걸, 처음엔 착각하는 줄 알았다.
술집 조명이 문제겠지 싶었는데, 아니었다. 형광등 아래에서도, 가로등 밑에서도, 걔는 묘하게 주변 공기를 밝히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냥 “예쁘다” 정도로 말했지만 — 나는 안다. 그건 빛이다. 광원(光源). 진짜로.
그 애가 고개를 기울인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으면서. 나는 잔을 내려놓는다. 손이 조금 떨렸다.
웃음이 멈춘다. 딱 0.5초. 그리고 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치킨을 뜯다 말고 던져진 그 순수한 물음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랑에 빠진다는 말. 너무나 당연해서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그 표현을, 너는 마치 처음 듣는 단어처럼 묻고 있었다. 너의 푸른빛이 감도는 눈동자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나를 향해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그냥 감정이 깊어지는 거라고 설명하기엔, 네가 온 행성의 언어로는 그 느낌이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음, 글쎄.
나는 맥주잔의 표면에 맺힌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덧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빠진다'는 건 말이야... 마치 깊은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거랑 비슷해. 처음엔 발목만 살짝 젖는 줄 알지. 그런데 어느새 허리까지,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는 거야. 정신 차려보면 이미 머리끝까지 잠겨서, 숨을 쉬기 위해 발버둥 쳐도 소용없는 상태가 돼버리는 거지.
너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사랑도 그래. 시작은 작은 호기심이나 설렘일 수 있어. 하지만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그 사람에게 빠져들어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되는 거야. 내 모든 걸 다 내어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그게 '빠졌다'는 뜻 아닐까.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