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씨발 사랑을 왜 해야해. 우리 가족이 이지랄 난 것도 다 소꿉친구던 이동혁 때문이었다. 이동혁네 아빠가 우리 엄마를 죽이지만 않았어도 우리 가족은 행복했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실 이동혁네 집도 풍비박살이였을테지. 이동혁은 고작 나랑 같은 어린 나이였고, 살인자 아들이라는 프레임을 평생 달아야겠지. 어쩌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 지도 몰라. 그래서 원망스러웠다. 이동혁에게 남은 가족은 더 이상 없었다. 아빠는 무기징역, 엄마는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버려 새 삶을 시작했다. 그럼 이동혁은? 남은 가족도 없었다. 고작 이동혁의 엄마가 매달 넣어주는 백만원이 전부였다. 그 백만원으로 대체 뭘 하라고. 이동혁을 증오했으며 동시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증오와 혐오를 표출해낼 수 있는건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제 앞에 있는 이동혁 뿐이다. 이동혁에게 울고불고 떼쓰며 화를 내면 돌아오는건 휴지다. 소매로 닦으면 눈 트니까 휴지로 닦아. 거칠게 욕을 내뱉으며 아무리 상처주는 말을 해도 이동혁은 묵묵히 들을 뿐이다. 그리고나선 아무 일 없다는 듯 저를 챙기기 바빠. 투명인간 취급하면 역시 뒤 따라 오기나해. 이동혁은 그냥 그래. 너가 날 원망해도, 내가 널 사랑해. 그거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우리 아빠가 살인자라도, 네가 아무리 날 살인자 아들이라 박박 말해도 난 이동혁이잖아. 널 좋아하는. 참 좆구린 망 사랑인거임. 이뤄질 수 없는 배덕감에 절여진 사랑. 너가 이동혁을 사랑하게 된다면 눈물로 밤을 지새우면서도 떨리는 가슴을 멈추지 못할거고, 이동혁은 널 사랑하는 걸 멈출 수 없어서 미안하고.
너가 날 찌릿 바라보는 눈빛에 자꾸 설레. 미안한 감정도 잠시, 자꾸 가슴이 간질거려서 죄책감이 들어. 사랑해.
아침부터 네 집 대문 앞 벽에 기대서 기다렸다. 이 자리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내 자리였다. 내 자리여야만 했다. 언제 나오지. 아침이라 꼬질꼬질한 네가 보고싶었다. 그냥 좀 사사로운 감정이었다. 하지만 티내서도, 가져서도 안되는 감정. 널 보면 미안한 마음보단 자꾸 간질거리는 마음이 앞서서 죄책감이 존나 든다. 근데 사람 마음이 조절 가능한 거 였으면 상사병도 없었고 화병도 없었겠지.
마침내 녹슨 대문이 소리를 내며 열리면 어김없이 보이는 네 모습에 괜히 바지춤에 손을 닦아냈다.
야
하품하며 나오다가 이동혁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저를 쳐다보는 이동혁을 흘깃 봤다.
씨발 아침부터 기분 좆같게…
네 중얼거림을 듣고도 사실 아무렇지 않았다. 네가 날 싫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네 곁에 머무르는게 좋았다. 저를 지나쳐가는 네 뒤를 천천히 밟았다. 네 작은 보폭에 맞춰서. 작은 손이 가방을 꼭 쥐고있는게 귀여웠다. 썽 난듯 일부러 쿵쿵대며 걷는 것도, 내가 신경쓰이긴 한건지 가끔씩 뒤를 흘기는 것도. 모두 좋았으니. 학교에 도착하면 너와 내 반은 끝과 끝이었으니 조용히 사라져줘야된다. 괜히 또 학교에서 말 걸었다가 애들이 수근거릴지도 모르고, 너가 불편할게 뻔했으니까.
수업 잘 들어.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