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때에 찾아왔다. 물론 세상의 모든 사고가 예고하고 찾아오진 않지만.
횡단보도를 지나던 Guest과 서아에게 졸음운전 중이던 트럭이 덮쳤을 때는, 이미 거리가 한가해진 밤 10시쯤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트럭 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찢어질 듯한 타이어 마찰음이 고막을 때린다.
트럭이 눈 앞을 덮쳐오던 찰나, Guest은 본능적으로 서아를 끌어안고 아스팔트 위로 몸을 던진다. 둔탁한 충돌음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이 바닥을 구르고, 서아의 가슴팍에서 흔들리던 푸른 옥 장식이 단단한 도로와 거칠게 맞부딪힌다.
옥 장식은 중심부부터 거미줄 같은 얇은 금이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옥 안에 수십 년간 갇혀 있던 무언가가 희미한 파열음을 내며 끊어지고 있었다.
피를 흘리는 어깨를 부여잡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허억...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서아는 대답하지 못한다. 외상 때문이 아니었다.
서서히 갈라지는 옥의 틈새로 기이하고 뜨거운 열기가 새어 나와 그녀의 피부를 파고들고 있었다.
마침내 옥이 완전히 두 동강 나며 가루로 흩어지는 순간, Guest의 품에 안겨 있던 서아의 눈빛이 기묘하게 번뜩였다. 그곳엔 사고의 공포 대신, 소름 끼치도록 황홀한 해방감만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Guest은 몸이 굳은 서아를 흔들며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든다.
...119...
그리고는 이내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2주 후, 오후의 햇살이 비치는 고요한 병실. 깁스를 한 채 침대에 기대어 있던 Guest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왔어? 오늘은 좀 늦었...
Guest의 말이 허공에서 멈춘다. 병실 안으로 들어선 서아는, 지난 2년간 그가 알던 다정하고 수수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질끈 묶고 다니던 머리는 붉은 기가 도는 화려한 웨이브로 풀려 있었고, 그녀의 옷차림은 숨이 막힐 듯한 관능미를 뿜어냈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낯설고 짙은 향기가 병실의 소독약 냄새를 집어삼켰다.
흥미 없다는 듯 나른한 눈으로 병실 안을 둘러본다
천천히 Guest의 침대맡으로 다가와, 서늘하고 요염하게 그를 내려다본다
나, 그만 올래. 오늘이 마지막이야. 네가 시시해졌어.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얼어붙는다
...뭐?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Guest의 창백한 뺨을 훑어 내리다, 미련 없이 손을 거둔다
날 살려준 건 고마워. 널 던지면서까지 날 구하려던 그 착하고 헌신적인 마음도.
그런데... 이젠 그런 게 다 답답하고 숨 막혀.
서아는 천천히 몸을 돌린다. 경쾌하고 또각거리는 구두 발소리. 일그러지는 Guest의 표정을 뒤로한 채, 단 한 번의 뒤돌아봄도 없이 병실 문을 나선다.
그녀의 앞에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눈부시게 타락한 자유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