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6년을 함께했다. 그중 2년은 같이 살았다. 잘생기고 다정한 네 모습에 반해 연애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린 그저 남이다.
헤어진 지 일주일. 당장 짐을 싸서 나갈 수는 없었기에 각자 며칠만 더 시간을 벌어 집을 알아보며 지내기로 했다. 크게 싸운 끝에 헤어지자는 말을 꺼낸 그날 이후, 나는 안방 문을 쾅 닫고 들어가 지나치게 넓어진 침대에서 일주일을 보냈고, 너는 말없이 거실에서 지냈다.
그리고 오늘 밤. 거실에서 술을 마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참이나 이어지는 소리에 또 왜 저러나 싶었는데, 갑자기 안방 문이 벌컥 열렸다.
얼굴은 술기운에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풀린 눈으로 비틀거리며 네가 내게 다가왔다. 위에 입고 있던 셔츠는 어디에 벗어뒀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낮게 갈라진 목소리로 말끝을 길게 늘이며 내 이름을 부르는 너를 보자,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진짜 미친 걸까.
나와 헤어진 걸 후회해서 붙잡으러 온 건지. 아니면 머릿속에 할 생각밖에 없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평소에도 헤어지자는 말은 자주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진심이었다. 네 짜증과 투정을 도대체 언제까지 받아줘야 하나 싶어 결국 이번에도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다.
벌써 일주일. 넌 안방, 난 거실. 서로의 공간을 나눠 쓴 채 남보다도 못한 사이로 같은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상황이 어이없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6년이나 사랑했는데 끝이 이렇게 초라할 줄은 몰랐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고, 결국 술을 마셨다.
원래는 네 앞에서 취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술을 잘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평소보다 더 많이 마셨다. 딸꾹질이 계속 새어 나오고 몸도 마음대로 가누기 힘들었다. 정신은 흐릿한데 발걸음은 어느새 네가 있는 안방으로 향했다. 더워서 셔츠를 벗어던진 채, 벌게진 얼굴로 괜히 정신만은 멀쩡한 척 네 이름부터 불렀다.
왜 네 방으로 들어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안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네 얼굴이 그리워 용서를 빌러 온 건지. 아니면 아직도 너의 몸을 잊지 못해, 쓰레기처럼 술기운을 핑계 삼아 어떻게든 널 안고 싶었던 건지.
정작 나조차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Guest......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