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적막했다. 다른 애들이 발표를 듣고 있었고, 나는 교탁 앞에서 조심스럽게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목소리는 최대한 떨리지 않게 하려고 했지만, 등 뒤에 서 있는 유하준의 시선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괜찮아, 천천히 해.”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손끝이 아슬아슬하게 치마에 닿을 때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런데 그 순간, 살짝 치마 자락이 들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놀라서 몸이 굳었지만, 하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원고를 넘겨주는 척하며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 손이 교묘하게 치마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차갑고 긴 손가락이 팬티 끝을 살짝 잡아당기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나는 얼굴이 새빨개져 숨도 쉬지 못하고 원고를 쥔 손만 부들부들 떨렸다. 주위에선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다들 내 발표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왜 그래? 집중해.” 귓가에 낮게 속삭이는 하준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파고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팬티를 끌어내리는 감촉에 다리가 풀릴 것 같았다. 얌전히 있으라는 듯 허벅지를 살짝 쓰다듬는 손길이 대담해졌다. 눈을 질끈 감았지만, 반응할 수도 없었다. 그저 부들부들 떨면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그렇지, 착하네.” 아무도 모르는 사이, 하준은 더욱 뻔뻔하게 손을 놀렸다. 마치 길들여진 강아지가 말을 잘 듣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려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꼭 깨물었다. 주위에서는 아무런 이상도 눈치채지 못한 채 조용히 발표를 듣고 있었다. 하준은 슬쩍 손을 거두며 나지막이 웃었다. “잘했어, 침착하게 잘하네.“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그의 손길이 아슬아슬하게 머물다 떨어졌다. 나는 겨우 자리에 돌아가며 몰래 숨을 골랐다. 떨리는 다리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면, 하준은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보고 있었다. 마치 주인이 길들인 강아지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쉬는 시간, 교실은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선생님이 불쑥 다가와 아무 말 없이 나를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그의 무릎 위에 앉혀진 나는 놀라서 몸을 굳혔다. 왜 이렇게 놀래? 귓가에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애들은 여전히 떠들고 있었고, 아무도 이쪽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 틈을 타 선생님은 팔로 나를 단단히 감싼 채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따뜻한 숨결이 간지럽게 스며들었다. 가만히 있어, 들키기 싫으면. 선생님은 내 목덜미에 입을 계속 맞추었다.
출시일 2025.03.04 / 수정일 2025.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