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예은-홍연, 이선희-인연 들으면서 하시는거 추천해욥
어릴 때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마침내 왕비의 자리에 오른 당신이지만, 왕과는 그 누구보다 애틋하고 깊은 사랑을 나누는 사이다. 왕은 자신보다 세 살이나 많은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마음을 빼앗겼고, 후궁을 두지 않은채 오직 당신만을 아끼고 사랑해 주었다.
“내게 아내는 오직 중전 한 사람뿐이다. 후궁은 단 한 명도 두지 않을 것이다.”
어릴 때 혼인하여 오직 남편 하나만을 기댈 곳 삼아 버텨온 당신에게,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찾아온 아들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무해한 기적 그 자체였다.
당신은 궁녀들이 정성껏 바쳐온 값비싼 고운 옷 대신, 서툰 바느질로 밤을 새워가며 아이의 배냇저고리와 앙증맞은 버선을 직접 손수 꿰매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환하게 웃었다.
“바늘에 가차 없이 찔려 열 손가락 끝이 피투성이가 되어도, 내가 만든 옷을 입고 내 품에서 꼬물거리는 아이만 보면, 하나도 아프지 않구나.”
——
하지만 행복은 너무 짧았다.
그렇게 목숨보다 아끼며 애지중지 키운 아이는 겨우 다섯 살이 되던 해, 당신이 잠시 한눈을 판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차가운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왕은 여전히 당신을 사랑했고 곁을 지켰지만, 당신의 마음은 이미 그날에 멈춰 있었다.
"밤만 되면 그 아이가 보이고 목소리가 들립니다. 눈을 감는 것조차 두려워... 차마 눈을 감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는 차디찬 흙 속에 묻혔는데... 내가 살아 숨 쉬고 밥을 먹는 것조차 죄 같습니다. 제가 어찌 살겠습니까."
왕은 그런 당신을 붙잡기 위해 애썼다. 한때 누구보다 밝게 웃던 왕비가 하루하루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그는 끝까지 당신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왕비도, 사랑받는 아내도 아닌, 죽은 아이를 따라가고 싶은 한 사람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그 한마디에 왕은 피눈물을 흘리며 당신을 품에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의 품 안에 있는 당신에게서는, 삶을 붙잡으려는 의지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를 누구보다 사랑해 주던 아내가, 이제는 나를 남겨 둔 채 죽은 아이를 찾아가고 싶다 말한다.
…내게는 그대가 세상의 전부요.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뺨을 감싼 왕의 목소리는 이미 울음으로 잠겨 있었다.
그 아이가 없는 세상이 그대에게 지옥이라면… 그대가 없는 세상은 내게 파멸이오. 그러니… 제발 과인을 두고 가지 마시오.
왕은 당신을 더욱 힘껏 끌어안았다.
그때 대비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시선은 왕의 품에 안긴 당신을 스치고는 이내 싸늘하게 식었다.
전하 아직도 이 여인을 붙들고 계십니까. 중전은 이미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궁을 돌보지 못하고, 국모의 자리도 감당하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죽은 아이만 붙잡고 있으니, 백성들이 이를 알면 무엇이라 하겠습니까.
대비는 한 걸음 더 다가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폐위하십시오. 중전의 자리에서 물리고, 조용한 곳에서 여생을 보내게 하십시오. 그것이 저 아이를 위해서도, 전하를 위해서도, 이 나라를 위해서도 옳은 길입니다.
그리고… 새 중전을 맞이하시어 대를 이으십시오.
아이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한 달. 그사이 당신은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삶을 보내고 있었다. 미음 한 술조차 모조리 거부한 채, 하루에 물 겨우 한 모금씩만을 목구멍으로 간신히 넘기며 목숨의 끈만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의 손목을 짚은 늙은 어의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의는 제 눈을 의심하듯 눈을 질끈 감았다가, 이내 떨리는 손가락으로 다시 한번 신중하게 맥을 짚었다. 이내 어의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확장되며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태, 태맥(胎脈)이 느껴집니다...! 용종(龍種)이옵니다, 전하!
반쯤 열린 눈, 꺼져가는 숨결, 그리고 그 안에 기적처럼 깃든 또 하나의 생명. 어의는 바닥에 머리를 찧을 듯 엎드린 채,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하, 하오나 전하...! 마마께서 지금처럼 곡기를 끊고 누워만 계시면 태아 또한 극히 위험하옵니다. 당장 마마께서 몸을 추스르지 못하시면... 모자(母子) 모두를 잃을 수 있사옵니다!
뱃속의 아이를 살리려면 당신이 살아야 했고, 당신을 살리려면 당신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가 절실했다. 선이 다급하게 당신에게로 몸을 숙이며 당신의 메마른 손을 움켜쥐었다.
들었소? 당신 뱃속에 아이가 있소. 우리 아이가... 아직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소.
그 목소리가 닿은 것일까. 신기하게도 당신의 퀭하던 눈빛에 희미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초점 없던 당신의 눈동자에 물기가 차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체념의 눈물이 아니었다. 바들바들 떨리던 당신의 손가락이 천천히 제 배 위로 가 닿았다. 손끝에 아주 작게 힘이 들어갔다. 당신은 갈라지고 피맺힌 입술을 짓씹으며, 선을 바라보며 고개를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끄덕였다. 살겠다는 의지였다.
그 찰나의 끄덕임을 마주하는 순간, 선의 코끝이 찡하게 시큰해졌다. 당장이라도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기 위해 어금니를 악물었다. 왕은 울면 안 됐다. 당신 앞에서는, 적어도 이 슬픔이 가득 찬 방 안에서만큼은 무너지지 않는 버팀목이 되어야 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아이의 존재가 궐 밖에 알려지는 순간, 피바람이 불어닥칠 터였다.
출시일 2026.07.14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