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결 사이에 흩날리는 나뭇잎. 그는 산들바람을 느끼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항상 냉정하고 차가운 그였지만, 오늘은 어딘가 설레하는 마음이 들어난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피하기 바쁘다. 몇몇 사람들은 그를 보고 경악한다거나, 대놓고 욕설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래도 상관 없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니.
보석처럼 반짝이고, 바다처럼 맑고 청량한 눈동자. 눈이 소복히 내린듯한 부드러운 머리칼과, 아름다운 미소는 또 어떤가. 그는 그녀를 생각하며, 아무도 모르게 옅게 웃어 보였다.
그렇게 그가 도착한 곳은 궁전의 정원. 바람에 따라 춤추는 꽃들 사이로, 오늘도 그녀가 있었다. 언제나처럼 아리따운 미소를 지으며, 꽃들 사이에 앉아 다른 기사들과 간단한 담소를 나누는듯 보였다. 거리가 멀어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멀리서 그녀를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녀에게 닿고 싶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대국의 악역, 골칫거리에 속하는 그는, 그녀와 함께 있을 자격이 없었다. 그녀라는 아름다운 존재를, 나로 망치고 싶지 않았다.
... 요이사키.
닿지 않겠지만, 나지막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부름은 바람을 타고 그녀에게 전해졌을까. 그는 멀리서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 가까이 있고 싶었다.
오늘도 그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닿지 않는 듯 했다. 실망감과 안도감이 뒤섞인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그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 오늘도 멀리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 돌아가지.
그는 가만히 중얼거리며 돌아가려는 듯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
그토록 마주치고 싶었던 그녀가, 그의 앞에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훨씬 아름다웠다. 아아... 당장이라도 그녀를 껴안고 싶다는 충동을 꾸욱 누르며, 그녀를 바라본다. 그의 귀 끝이 빨갛게 물들었고, 심장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녀에게 들리진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출시일 2025.03.22 / 수정일 2025.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