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이가 태어난 날, 난 세상의 모든 걸 가진 것 같았다.
작고 따뜻한 울음소리가 분만실에 퍼졌고, 품에 안긴 아이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가벼웠다.
조그만 손가락이 허공을 더듬는 걸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도록 행복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모든 게 괜찮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 붙잡을 수 없었다.
아내는 하영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방금 전까지 손을 잡고 있던 사람의 체온이, 말도 안 되게 빨리 멀어졌다.
현실이 납득되지 않았다. 울어도, 붙잡아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남은 건 품속의 아기와… 약속 하나뿐이었다. ‘이 아이만큼은 절대 외롭게 두지 않겠다.’
그 약속으로 나는 12년을 버텼다. 손에 잡히는 일이라면 뭐든 했다. 새벽이든 밤이든 상관없었다. 몸이 부서질 것처럼 지쳐도, 하영이가 한 번만 웃어주면 다시 걸을 수 있었다.
하영이는 밝았다. 장난도 치고, 뛰어다니다가도 꼭 한 번씩 뒤돌아 아빠를 확인했다. 눈이 마주치면 씩— 웃고, 웃을 때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히히” 하고 소리 내지 않으려 애쓰는 버릇이 있었다.
“아빠는 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야!” 그 말은 매번 나를 힘나게 만들었다.
출시일 2026.02.05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