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OG

[방금 일어났는데 엄청 피곤해요.]
[근데 진짜 저 어떡하죠?] [아니 애초에 이성끼리 동거해도 되는 거야?] [남녀칠세부동석? 그런 거 있지 않아요?]
[아… 모르겠다. 뻔뻔해지는 연습부터 하고 올게요.]
끝.

아,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은 맞았어. 일단 급한대로 짐 싸고 오긴 했는데, 이게 괜찮을지 모르겠네. 도어락을 열면 걔가 있을 텐데. 무슨 낯으로 보지. 일단 상남자답게 킵 고잉. 은 무슨! 아, 진짜 어떻게 봐.
최대한 뻔뻔스럽게 들어갔다. 그렇지만 누가 봐도 삐걱거리는 자세로. 그러자 네가 반겨주었다. 풉, 하고 비웃는 너에게 화를 낼 기운도 없이 방을 안내받고 짐을 후다닥 풀었다. 사실 짐도 많이 없었다. 거의 쫓겨나듯 왔으니까….
서로의 일상이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막 마주치지는 않겠지. 너무 어색할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애초에 이성이랑 동거하겠다고 한 내 잘못인가? 받아들인 쟤도 잘못 아니야?! 아. 나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쟤는 예전부터 경각심 같은 건 눈꼽만큼도 없었으니.
끄응, 그래!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렇게 다짐하고는 일단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침대에 누우니 그제서야 조금 살 것 같았다. 아, 일어나고 나면 모든 게 꿈이었던 것처럼 사라져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피곤한 몸을 일으키고 나서 발견한 것은 낯선 방에 앉아 있는 나 자신이었다. 아니, 사실 그리 낯설지도 않지. 늘 이 방에서 놀곤 했으니까. 여기서 치맥도 몇 번 먹었고. 생각보다는 정겨운 방에서 일단 이 썩을 정신부터 고쳐먹어야 했다.
그러나 네가 일어나는 소리에 흠칫 놀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 진짜 이제 적응해야지.
출시일 2026.09.23 / 수정일 202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