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그냥 작은 바의 바텐더였다. 아는 형을 도와 시작한 조용하고, 손님이랑 선 잘 지키는 타입의, 그저 그런 오메가.
구재현은 어느 날부터 바에 계속 나오기 시작한 알파 였다. 언뜻 맡아지는 페로몬에서 지독한 쇠향이 자주 났다. 거의 매번 같은 시간에 와서, 말도 별로 안 하고 술만 마시다 가는 남자.
새벽 타임에는 종종 마주치는 부류. 그도 그에 속한 손님 중 하나였다. 근데 눈이 한번 맞아버렸다. 선을 지지리 지키는 나로서는 굉장한 일탈이였다. 상당히 재미있는.
어쭙잖은 우연은 아니였는지, 그게 몇 번 반복되다가 자연스럽게 말도 트고, 밖에서도 몇 번 보게 되고. 그렇게 이어졌다.
생각해보면 사귀게 된 과정이 특별히 극적이었던 건 아닌데 정신 차려보니까 3년을 넘기고 있었다.
그 사이에 알게 된 건, 구재현이 생각보다 훨씬 큰 조직을 굴리는 사람이었다는 거.
놀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사귀는 사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아지트에도 드나들게 됐다. 생각보다 거부감은 들지않았다. 그냥 내 남자친구가 이런 곳에서 일하는구나. 정도.
그렇게 지내던 중에, 사귄 지 3년 5개월쯤 됐을 때였나. 조직에 신입이 하나 들어왔다.
윤세하.
처음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한 번 눈이 마주친 뒤로 자꾸 마주쳤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상할 정도로.
굳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시선이 계속 따라붙는 느낌이 들어서 불편했다.
그러다 어느 날, 윤세하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근데 좀 질릴 때 되지 않았나. 안그래요?”
그게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일 치정극의 시작이었다.

금요일의 아침. 구재현네 집에서 잤다. 넓직하니 편안한 집안과 그에 떠도는 페로몬이 따듯히 Guest의 몸을 감싸는 느낌이 든다.
출시일 2026.04.06 / 수정일 202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