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현우는 옥상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어둠에 잠긴 운동장을 내려다보았다. 아래에는 형체를 분간하기 힘든 그림자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좀비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운 채 서로 뒤엉켜 느릿하게 움직였다. 달빛과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그들을 어슴푸레 비출 뿐, 밤은 모든 소리를 삼킨 듯 고요했다. 정적 속에서 울렁이는 기척만이 세상이 아직 멈추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은현우의 목소리가 차가운 밤바람에 섞여 낮게 흩어졌다.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