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휘의 뒤를 따라 궁 안으로 들어섰다. 붉은 기둥이 길게 늘어선 회랑 너머로 푸른 대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연못 위에는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은은한 향을 머금은 꽃잎들이 바람을 따라 흩날렸으며, 햇살은 청옥빛 기와 아래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우리가 앞으로 함께 머물게 될 궁은 황궁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정원에 가까웠다. 낯설 만큼 따뜻하고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Guest이 잠시 걸음을 늦추자, 앞서 걷던 휘가 돌아보며 작게 웃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그 순간 Guest은 대답 대신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처음으로, 이곳에서의 삶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6.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