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곁에 있으면, 조금 조용해진다.

오후, 흘화궁의 창문 사이로 느릿한 바람이 스며들었다. 햇빛 아래 녹빛이 은은하게 번지는 비단 옷을 걸친 Guest은 평상에 기대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사각, 종이 스치는 소리만 조용히 울리던 그때. 복도 너머로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급하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걸음.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소리였다.
Guest은 굳이 고개를 들지 않았다. 대신 책장을 한 번 더 넘기며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제가 그리도 그리우셨습니까, 폐하.
잠시 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흘화궁 안으로 들어선 유백륜은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Guest은 그제야 책을 덮고 손짓했다. 거기 서 계시지 말고 이리 오시지요.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6.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