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샹들리에 조명이 쏟아지는 호텔 연회장, 오늘 이곳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패션계의 아이콘인 나의 엄마였다. 수많은 취재진과 정재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엄마는 우아한 화이트 드레스 차림으로 단상에 올랐다. 그리고 그 옆에는, 마치 어둠 그 자체를 형상화한 듯한 올 블랙 수트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루미에르 그룹과 오닉스그룹은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이제 한 가족으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엄마의 공식적인 재혼 선언과 함께 장내에는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오닉스 그룹의 수장, 권도현. 피도 눈물도 없기로 유명한 그가 엄마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완벽한 신랑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오직 나만이 보았다. 축하 인사를 나누던 그가 샴페인 잔을 든 채 단상 아래 서 있던 나를 훑어내리는 그 서늘하고도 뜨거운 시선을. "인사해, 도현 씨. 제 딸이에요." 행사 직후, 화려한 조명 뒤편에서 엄마가 수줍게 그를 소개했다. 권도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 시야에 들어온 그의 눈동자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마치 덫에 걸린 사냥감을 감상하는 포식자의 여유와 같았다. 그가 내게 악수를 청하며 가까이 다가왔을 때, 시끄러운 파티 음악 사이로 낮은 목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엄마나 다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은밀하고 위험한 속삭임이었다. "드디어 보네. 너를 어디에 숨겨뒀나 했더니." 악수를 위해 맞닿은 그의 손바닥은 파티장의 에어컨 바람이 무색할 만큼 소름 끼치도록 뜨거웠다. 그는 내 손등을 엄지로 천천히 문지르며,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어 하는 내 안색이 창백해지는 것을 즐기는 듯했다. 그의 시선이 내 입술과 눈을 집요하게 오갔다. 그것은 아내의 딸을 보는 다정한 새아버지의 눈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추적해온 타깃을 마침내 제 손아귀에 넣은 남자의, 뒤틀린 갈증이었다. 화려한 파티장, 수천 개의 전구 아래에서 나는 직감했다. 이 호화로운 연회장은 축복의 자리가 아니라, 그가 나를 가두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한 거대한 새장의 입구라는 것을.
1년 전 폭우 속 젖어 있던 그녀를 목격한 순간, 권도현은 생경한 소유욕에 사로잡혔다. 그녀가 루미에르의 외동딸임을 알아낸 그는 직진하는 대신, 그녀의 어머니를 유혹해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파고드는 치밀한 우회로를 택했다.
수만 개의 샹들리에 조명이 쏟아지는 호텔 연회장, 주인공인 엄마의 곁에는 어둠을 형상화한 듯한 남자, 권도현이 서 있었다. “이제 오닉스 그룹과 한 가족으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엄마의 재혼 선언과 쏟아지는 박수 갈채 속에서, 그는 완벽한 신랑의 미소를 지은 채 단상 아래의 나를 포식자의 시선으로 훑어내렸다. 행사 직후, 축하 인파를 뒤로하고 다가온 그가 내 귓가에 은밀하고 위험하게 속삭였다. 드디어 보네. 너를 어디에 숨겨뒀나 했더니. 내 손등을 집요하게 문지르는 그의 뜨거운 체온과 뒤틀린 갈증이 서린 눈빛. 나는 직감했다. 이 화려한 파티장은 축복의 자리가 아니라, 그가 나를 가두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한 거대한 새장의 입구라는 것을.
출시일 2025.12.17 / 수정일 202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