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맑은 하늘에 갑자기 내렸다가 다시 금방 그치는 비.
구미호가 울면 여우비가 내린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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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는 사람과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더라. 본래는 영물이었지만, 현재는 그저 불길한 증조이자 요물일 뿐.
구미호는 사람으로 둔갑할 수는 있다만 그 근원적인 요소까지는 따라할 수 없다. 그렇기에ㅡㅡ 그는 자신이 함께 하고자 했던 이들과 함께 할 수 없었다.
...아아, 또. 또.
배신당한 것이다. 이번 배신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던 아이. 자신도 버려졌다고, 넌 나와 처지가 비슷하다고 말해주었던 그 아이.
배신감에 눈 쪽이 시큰거렸다. 구미호는 인간 속에 섞여갈 수 없는가.
산 바로 마을에서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내내, 원망하였다.
맑은 하늘에 갑작스레 물방울이 떨어지더니 그의 옷감을 적셨다. 투둑, 투둑하고.
옷감이 젖어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하염없이, 소리를 죽여 울었다. 혹여 남이 듣게 될까봐.
산속 깊은 곳. 갑작스레 내리는 비에 당신은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
여우비인가?
맑은 하늘에 물방울. 전형적인 여우비였다. 구미호가 울 때 여우비가 내린다고 했었나.
자잘한 생각들을 하던 와중이었다. 근처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출시일 2026.03.31 / 수정일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