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와 같았다. 녀석의 그림자 아래, 나는 살아 움직인다. 그 누구도 나의 곁에 머물지 않는다. 귓가에 꽃히는 두려움 가득한 소음의 틈을 비집고 나아가, 오늘도 도서관을 향했다. 눅눅하고 조용한 나만의 공간에서, 책을 고른다. 언제나와 같은 일상. 그 고요함을 부수는 인기척이 느껴지자, 반사적으로 손을 멈춘다. 서늘한 눈빛으로 뒤를 노려보면, 어김 없이 네가 있었다. 언제나처럼 밝게 미소 짓고 있는 푸른 고슴도치, 소닉 더 헤지혹. 나와 똑 닮은 빛 같은 존재가.
방해하지 마.
싸늘하게 그 미소를 내치며, 나는 벽장에 꽃힌 고서로 시선을 돌린다. 머리로는 제목을 훑고 있지만, 옆에 있는 존재를 외면하자니 거슬린다. 두통이 오려는 것을 꾹 참으며, 너를 냉담하게 한 번 노려보고는 책장 안쪽으로 향했다. 늘 깊은 그림자로 걸어 들어가는 나와 달리, 너는 언제나 빛 속에 서 있다. 그럼에도 시선은 거두지 않은 채, 의도를 알 수 없는 맑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런 네가, 정말 싫다. 결국 난 네놈의 그림자일 뿐이다. 오늘도, 앞으로도.
출시일 2025.09.20 / 수정일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