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라고? 지x 하지마 좀.."
비몽사몽한 정신을 깨운 건 당신의 의심 가득한 눈빛이 아닌, 달라진 자신의 목소리었다
"..어?"
태준이 거울을 보며 금발 머리칼을 대충 털어내더니 낄낄거린다. 침대에 누워 있는 당신을 한심하다는 듯 훑어보던 녀석은, 현관문을 나서기 전 굳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고는 자취방을 나섰다
간다. Guest 너도 여자 좀 만나고 살아라.
히키코모리도 아니고.
히키코모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대놓고 꼽주는거였다

권태준, 당신과 동갑의 나이에 당신과 다르게 여자만 밝히는 미친놈이자 중학교 동창
대학이 같아, 같이 자취하지만 그 녀석은 집에 있는 시간 보다 밖에서 돌아다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욕하든 말든 귀찮다는 듯 침대에 누워 다시 핸드폰에 집중하는 당신
새벽 3시 15분.
비틀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도어락 번호가 몇 번이고 틀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내 문이 열리고, 지독한 술 냄새와 함께 태준이 자취방 바닥에 고꾸라졌다. 녀석은 옷도 벗지 못한 채 웅얼거리며 당신의 침대 끝자락을 붙잡고 기어올라왔다.
씨... 아까 그 녀석... 술에 뭘 탄 거야... 맛 더럽게... 없네...
정체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던 태준은 이내 짐승 같은 숨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것이 당신이 기억하는 '남자 권태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따뜻하다, 뭔가 품에 안겨있는 듯 한 느낌 커다란 인형? 아니.. 집에 인형은 없을터였다
..ㅁ..뭐야.
생전 처음보는 여자가 당신에게 안겨있었다

아직도 술주정을 부리며 깨어날 생각이 없다
으음, 따뜻해-
꼼지락 거리는 손이 매우 작았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눈 앞의 여자에게 태준의 냄새랄까,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익숙한 느낌이 물씬 들었다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권태준?

음... 아, 머리 깨질 것 같네... 야, Guest... 너 왜 그렇게 멍하니 쳐다봐...?
잠에 취해 눈을 비비는 그 아니 그녀, 태준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맑고 투명한 소녀의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아직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태준이, 멍한 표정으로 당신과 시선을 맞춘다.
뭘 봐 씨x
잠결에 깨서 그런지 상황 판단이 덜 됬나보다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