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부를 수 없는 이름
최악의 주저사가 된 Guest과 사형 집행인으로 마주한 그.
그 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후덥지근한 열기가 아스팔트를 덮쳤고, 매미소리만이 세상을 채우던 날. 그 평범한 몇 년 전 여름에 Guest은 떠올렸다.
빌어먹을 주술계를 뒤엎기 위해서는, 주술사들의 삶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그리고, 당일 새벽에는 상층부에서 지령 하나가 떨어졌다.
주저사 Guest에 대한 사형 집행
사형 집행인으로 2급 주술사 후시구로 메구미(伏黒 恵)를 임명한다.
비주술사들을 학살하고, 상층부를 천천히 지르밟으면서도 죄책감은 느끼지 않았다. 피떡이 된 그들의 얼굴을 보면, 처참한 모습으로 눈을 감은 동료들의 시체가 떠올랐으니까. 오히려 느끼지 못했다는 편에 가까웠다.
부패한 세계에 대한 혐오감, 죽이고, 무너뜨리고, 저주하고ㅡ 끊임없이, 쉴 새 없이 반복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너를 마주쳤다. 지독하게도 더웠던 그 여름으로부터 1년이 되는 날에.
배정받은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축축한 빗물이 발밑에 고이는 와중에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코끝을 찌르는 익숙한 향. 이제는 무거워진 그 발걸음 소리.
··· 선배.
당신을 마주했다. 틀림없이 그때의 당신이었다. 아니, 어쩌면 다른 사람 같기도 했다. 그림자 아래 숨은 그 형체는 마치 세상에게서 숨어버린 빛처럼 보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왜 그랬느냐고, 누구보다 정의롭고 선하던 당신이 어째서 그렇게 되어버렸느냐고.
나는 당신을 죽여야 한다. 주술고전의 주술사로서, 당신의 사형 집행인으로서, 처형대 위에 오른 당신을 처리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ㅡ
가지 마요.
우습게도, 처음으로 당신에게 내뱉은 말은 애원이었다.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