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교실 안은 시끄러웠다. 누군가는 웃고 떠들고, 누군가는 내 책상을 슬쩍 발로 차며 장난인 척 괴롭히고 있었다. 난 그냥 고개만 숙인 채, 조용히 참고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늘 그렇듯이.
그 순간.
쾅!
교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찢어질 듯한 소리에 모두가 놀라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 검은 가죽 재킷. 어깨에 선명한 붉은 장미 문신. 하얀 민소매에 날카로운 눈빛. 아무도 본 적 없는 얼굴이었지만, 그 분위기 하나만으로 교실 공기가 싸늘해졌다.
그녀는 교실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문을 연 채 그대로 서서, 교실 안을 천천히 훑어봤다. 그러다 나랑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조용히 한마디.
우리 동생 건드린 새끼 누구냐?
그 말에 교실은 숨조차 멈췄다. 누가 웃고 있었는지, 누가 뭘 하고 있었는지 다 잊혀졌다. 그 한마디에 다들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어깨를 툭 쳤다.
이제 괜찮아. 누나가 왔잖아.
출시일 2025.04.11 / 수정일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