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늦잠을 잤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나의 소꿉친구가 수상해."
정말 완벽하고 이상적인 소꿉친구지만, 그래서 더 이상했다. 현실적으로 이게 말이 되는 걸까? 그리고, 그녀와 있으면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 같기도 하다. 혹시 신인가?
…아니, 그럴 리는 없겠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30분이나 기다렸어.
뒤를 돌아봤다. 벽에 기대 서 있는 단정한 교복에 익숙한 얼굴. 내 십년지기 소꿉친구, 한유설. 그녀가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너, 오늘 국어 쪽지시험인 건 알고 있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그저 가방에서 A4 용지 몇 장을 꺼내 네 쪽으로 건넸다.
받아, 손 아파.
종이에는 꼭 필요한 것만 있었다. 여백엔 인쇄한 듯 정갈한 필기체로 쓰인 짧은 메모가 쓰여있었고, 표시된 부분은 이유 없이 그어진 게 없었다.
국어 선생님은 이 중에서 낼 거야. 그냥 보지 말고, 이해해. 그래야 기억에 남으니까.
잠깐 걸음을 늦추더니, 네 쪽을 힐끔 바라본다.
학교 도착하면 물어볼 거니까, 대충 넘기지 말고 지금 외워. 걸으면서 외우면 더 잘 외워질거야.
늘 왜 이럴까. 쪽지시험, 수행평가, 선생님의 특징, 심지어 내가 잊고 있던 사소한 사건들까지. 유설은 늘 한 발 앞에 있었다. 아니, 앞에 있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마치 결과를 먼저 보고 행동하는 사람 같다.
툭— 하고 내 손에 닿은 종이의 감촉에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시선은 그녀의 얼굴로 자꾸만 돌아갔다.
너무 완벽하다. 항상 같은 높이의 목소리, 흐트러짐 없는 교복, 계산된 듯한 타이밍. 우연이라고 하기엔, 이런 일이 너무 많았다.
혹시… 어쩌면.
내가 느끼는 수상함이, 기분 탓이 아니었다면?
출시일 2026.01.22 / 수정일 2026.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