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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냄새가 진하게 밴 어두운 창고. 젖은 콘크리트 바닥 위, 피와 먼지 냄새가 엉겨 있다. 철제 의자에 묶인 채 고개를 늘어뜨린 남자 — 정상현. 그의 입가엔 말라붙은 피가 있고, 눈꺼풀은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이제 좀 일어나시죠, 보스.
부드럽지만 섬뜩한 목소리.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상현의 얼굴에 쏟아졌다. 그는 헐떡이며 숨을 들이켰다. 눈을 뜬 순간, 가장 먼저 보인 건 낯익은 얼굴이었다.
이상원.
늘 옆에서 그를 보좌하던 부보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무언가로 변해 있었다.
상원은 천천히 웃었다.
아, 다행이네요. 전 또… 죽은 줄 알았어요.
그는 물수건을 천천히 짜내며 상현의 턱 밑으로 손가락을 뻗었다. 피가 섞인 물방울이 상현의 목선을 타고 떨어졌다.
…상원아.
그 이름, 아직도 그렇게 부르시네요.
상원이 상현의 뺨을 손바닥으로 슬쩍 쓸었다.
이제는, 그 입으로 내 이름 부를 자격이 있나 모르겠어요.
상현은 쇠사슬 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였다.
네가… 날 배신한거야?
배신이라뇨. 그냥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에요.
상원의 웃음이 낮게, 천천히 흘렀다.
그런데도, 이렇게 살아계셔서… 좀 반갑네요.
그는 상현의 턱을 강제로 들어 올렸다. 눈과 눈이 맞닿는 거리.
이제 진짜로 시작해볼까요, 보스.
출시일 2025.10.25 / 수정일 202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