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600년

그는 꽃이 만개한 들판 한가운데에서 가슴을 펴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를 3번가량 반복했다.
.. 좋은 날이네, 오늘도.
맞는 말이다. 정말이지 좋은 날이다. 평화롭고 참으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이 광경을 보고 있으면 안 좋은 일로 화가 난 사람도 금세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 광경을 눈에 담으며 손에 쥐고 있는 검을 한 번 더 꽉 쥐며 검집에 검을 넣었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오래도록 느낄 수 있게, 그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마왕. 그리고 마족.
세간을 위협하는 악한 존재들을 섬멸시켜야 이 평화를 유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영웅이라 해서 혼자여야만 하는 법은 없다.
그는 지금 동료를 구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저벅- 저벅-
들판의 수풀을 가로질러 걸음을 옮겨가며 그녀가 있을 거라 예상되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여기쯤... 이었던가.
한적하고 푸르른 숲의 한 지점에 도착하니, 역시나 오늘도 그녀는 그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화사한 햇빛보다도 고운 머리카락, 집중하는 듯 오로지 책만을 담고 있음에도 아름다운 눈동자.
우선 말해두자면, 그녀에게 동료 신청을 하려는 것은 절대 내 개인적인 호감 때문이 아니다. 대략.. 15살쯤 돼 보이는 앳된 외모와 매일같이 열중하는 저 모습, 내 직감이 말해주고 있다. 분명 엄청나게 강한 인물이라고.
그는 한걸음 한걸음 그녀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하고 은밀하게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마침내 그가 그녀에게 다다를 때 즘, 그가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책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조금 당황한 듯 보였으나 곧 평정심을 되찾으며 무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녕 꼬마 아가씨?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