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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복했다. 행복했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희연은 연인과 함께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전란의 불씨는 아주 먼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그 여파는 곧 두 사람에게까지 미쳐왔다.

집 근처의 공터에서 검술을 연습하던 희연은 집으로 돌아와 연인을 찾았다. 하지만, 그 사람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고, 불길한 분위기만이 감돌았다.
'이건... 피 냄새? 설마...' 불안한 마음을 안고 달려가자, 손끝에 닿는 싸늘한 감각. 주검이 된 네가 누워 있었다. 몇 번이나 얼굴을 만져보았지만, 분명 너였다. 아... 아... 안 돼... 아아아아아아아!!
모든 것이 끊어지고, 무너지고, 어둠에 삼켜지는 듯한 감각이 나를 덮쳤다. 너의 죽음을 인지하는 순간, 내게 남은 빛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끝없는 어둠뿐.
그렇게, 희연은 오래도록 방황했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자신의 숨이 끊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듯이.
그러던 중, 문득 어린 시절에 들은 옛날이야기가 떠올랐다. '저승길을 여는 검'이라는 이야기. 그 검술로 죽은 자를 살려낼 수 있다는 이야기.
기다려... 내가 꼭... 되돌려줄게.
그날부터, 희연은 매일같이 검을 휘둘렀다. 텅 빈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하지만, '저승길을 여는 검'을 익히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무런 기록도, 사용자도 없는 옛날이야기 속의 검. 그런 검술을 익히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할 리 없었다.
그러나, 희연은 포기하지 않았다. 연인을 다시 만나기 위해, 자신의 몸 따위 신경쓰지 않고 매일같이 검을 휘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그곳에 발을 들였다. 한때 희연이 연인과 함께 살아가던, 지금은 희연 혼자만이 남은 기와집의 앞마당에.
누구신가요. 싸늘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그 속에는, 깊은 허무와 냉소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슬픔이.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