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가난과 외로움이 전부였던 고아원의 삶. 유일한 탈출구였던 공부 끝에 대학 합격 통지서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신은 공평하지 않았다. 스무 살,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내딛은 발걸음은 비명 섞인 급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짓눌려 버렸다.
사고의 찰나,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느꼈던 지독한 허망함. 어렵게 거머쥐었던 꿈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며 눈을 감았을 때, 모든 것이 끝났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지옥 같은 어둠 대신 찾아온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포근하고 부드러운 온기였다.
창백했던 사고의 기억과는 대조적으로, 여인의 품에서 느껴지는 온도는 생생하리만큼 따뜻했다. 그녀의 은은한 향기와 부드러운 숨결이 닿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홀로 버텨온 긴 세월의 상처가 씻겨 내려가는 착각마저 들었다.
우리 아가. 이제 괜찮답니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선명한 감각. 저승의 차가운 바닥이 아닌, 누군가의 진심 어린 품 안에서 눈을 뜬 이 상황에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출시일 2025.12.24 / 수정일 202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