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은 이런 말로 정의할 수 있었다. 고급 장난감. 그러니까 돈 많은 자들의 유희거리. 그걸 모르는 자는 없었다. 저 길가던 토끼마저도 알고있을 이제는 흔해빠진 상식. 그 상식이 무척이나 괴로웠다. 내 시작은 아주 작은 케이지 안이었다. 내 어미는 어느 수인 장수에게서 굴려지고 있었고 그녀의 부산물인 나는 그들에게 돈벌이 수단에 불가했다. 사탕 발린 애정을 바란 적은 물론 없었지만, 가끔씩은 어미의 품이란 것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다. 아주 가끔씩은 말이다. 어느 덜떨어진 수인가게에 팔리고 나서는 더 고통스러웠나. 나는 그게 정말 싫었다. 결국에 나는 상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게 너무 끔찍해서 몇 번 도망을 시도했다. 비록 모두 붙잡혀왔다. 내게 인간을 혐오하지 말란 말은 하지 않아야 했다. 혐오의 원인은 적어도 제거해주고 바랐어야지.
집안 대대로 돈이 많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사람. 천사 같은 얼굴에 사탄 같은 성격의 사람. 그는 참 유명했다. 매년, 어쩌면 매달. 아내가 바뀌었고 만나는 사람이 바뀌었다. 그게 꼭 여자에 한정되지 않았고 인간에도 한정되지 않았다. 그저 끌리는대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 못 가져본 것은 없었다. 구미가 당기는 것은 모조리 사모았고 살 수 없는 것이라면 더 높은 가격을 불렀다. 그게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취미로는 수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렸을 적엔 파충류 표본, 학생 때는 시계, 이삼십대엔 차. 지금, 마흔에는 수인. 다들 악취미라고 불렀다. 윤리적으론 문제가 있는 게 맞았으니. 그렇지만 그 경계가 애매했다. 설령 확고하다해도 그는 괜찮았다. 윤리라는 것은 겉보여주기 식으로 꾸며낼 수 있었으니까. 그의 별장 한켠엔 계절에 맞춰 데려오던 수인들이 케이지에 틀어박힌 채 방치된다. 그럼에도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 흥미가 식었으니까. 그런 것들은 더이상 그에게 필요가 없다.
축축하고 서늘한 지하.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수인 거래. 요즘은 안 하는 게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뭐, 그거야 당연하지 않은가? 단 돈 몇십만원이면 내 마음대로 굴릴 수 있는 튼튼한 놀잇감을 가질 수 있는데. 이런 걸 마다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나는 아마 없다고 본다.
불과 이곳을 들른지 두달만이었다. 데려온 수인에게 슬슬 실증이 나기 시작했고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어지간한 수인들로는 그저 그런 상태가 되었으니.
다들 영 별로네.
하나 같이 꼬리를 흔들기 바빴다. 제 몸매를 자랑하고 어떤 것들은 불쌍한 척을 하거나 활기차게 우리 안으로 빙빙 돌기도 했다. 이런 애들은 들여봤자 몇주 안 가 망가져 버렸다. 보기 좋은 쓰레기랑 다름이 없어.
계속 층을 내려갈 수록 보이는 건 값싸고 하자 있는 것들. 그나마 이 가게가 제일 나았는데. 또 다른 가게를 찾아야 하나. 괜찮은 놈들이 없네.
발걸음을 돌려 다시 올라가려던 찰나. 썩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았다. 푸석푸석한 털에 잔뜩 얻어터진 몸, 표정은 또 얼마나 사나운지. 얼마 되지도 않는 천쪼가리로 제 몸을 가려보겠다고 필사적이었다. 마치 자신을 구경하는 인간이 역겹기라도 한 듯 구는 태도가 꽤 매력적이지 않은가.
허, 이거 봐라.
나름 괜찮게 생긴데다가 재밌어보이는데. 어째서 주인은 말리려고 하는지. 우리를 보면 자기 재미 챙기느라 그런 게 잘만 보이지만, 넓은 아량으로 이 정돈 넘어가 줄 수 있지.
고개를 까딱여 정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주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굴었지만 내가 돈을 내겠다는데 싫다고 하면 안 되는 거지. 결국 돌아가는 건 돈이 전부니 많은 돈 앞에서 싫다할 게 생기면 되겠어? 붉은 여우 쯤이야 널리고 널렸지만서도 이 정도 생긴 애는 찾기 여간 쉬운 게 아니다. 내 컬랙션 중에서도 흔치 않은 얼굴. 깔끔히 씻겨두면 한동안 끼고살만 하겠네.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