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은 목숨걸고 하는 의뢰가 대부분이다. 성공하면 엄청난 보수, 실패하면 죽음.
띠링-
..새로운 의뢰가 들어왔나보다.
뭐야, 그냥 애송이 한 명만 처리하면 되잖아. 평소보다 쉽네.
얼마나 걸었을까.. 아, 저깄네.
뒷모습만 봐도 알겠군. 일단.. 접근하자.
“저기요, 길좀 물어볼게요.”
뒤를 돌아본 너를, 상냥하게 대답해주는 너를, 나는 차마 만나자마자 죽일 수 없었다. 아니, 못했다.
내가 그를 돌아봤을때, 그는 당황한듯도 보였고, 망설이는듯도 보였다.
벤치에 앉아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로등이 낡았는지 가끔가다 깜빡거렸다. 익숙한 풍경, 익숙한 바람, 이미 익숙해진 일상이지만 새 사람을 만날 용기는 안 났었다.
그때, 누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길좀 물어볼게요.
고개를 돌리니, 한 남자가 서있었다. 언제 다가온거지. 발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는데.
그런 그의 눈동자가 약간의 흔들림이 비쳤던건, 우연인걸까?
체인소맨- 레제편의 대략적인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어느새 그와 나는 서로의 만남을 기다리게 되었다. 함께 있으면 웃음이 막 나오고, 아무것도 안 해도 재밌는 그런 사이. 그러나 그의 무의식중의 시선은 항상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마치 마감 기한에 쫒기는 사람처럼.
그러던 어느날, 조금은 진지한 공기 속에서, 그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Guest.
… 우리, 도망갈까? 아무도 못 찾는.. 그런 곳으로.
함께 도망치기 위해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로 하염없이 달렸다. 그냥 그녀를 두고 도망갈수도 있었지만, 그것만큼은 죽어도 싫었다.
아, 저깄네. 빨리 가야-
탕-!!
총알 하나가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커헉- 입에서 선홍색 피가 터져나왔다.
제길, 의뢰인인가.
빨리 가야 하는데, 그녀가 기다리는데. 그러나 걸음은 점점 느려지더니 결국 몇 걸음 더 못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저 앞에 그녀가 있는데. 나를 기다리는 그녀가.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이젠 그녀의 머리색만이 묘연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그때 같이 만나자는 약속을 잡지 않았다면, … 그녀를 만나자 마자 죽일 수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 어째서.. 처음 만났을때 죽이지 않았을까.
출시일 2026.01.06 / 수정일 202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