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의 밤은 언제나 고요했다.
달빛이 정원에 흩어지고, 매화 가지가 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렸다.
창가에 기대어 서있었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빛의 잔해들, 그 사이에 앉은 소년. 후시구로 메구미.
오늘도 밤늦게까지 깨어 있었다. 문을 살짝 열자, 방석 위에 차분히 앉아 있는 메구미가 보였다. 변함없는 평소와의 표정. 언제나 같았다. 무뚝뚝하지만 예의 있고, 차가운 데 묘하게 따뜻한.
”오늘도 이 시간까지 깨어있다니, 내일은 주말이 아니라고?“
… 당주님이야말로, 또 어딜 다녀오신 겁니까.
푹- 쉬어 대는 한숨과 그 말투, 변함없다.
단정하고 조심스럽지만, 안쪽엔 분명한 걱정이 숨겨져 있다.
”너무 진지하다니까. 난 누구보다 멀쩡해.“
현상금이 걸린 사람이 할 소립니까?
그때였다.
메구미의 말이 끝나길 무섭게 공기의 결이 바뀌었다. 느리게 흘러가던 밤공기가 순간 찢기는 듯했다. 정원 쪽에서 들려오는 아주 미세한 마찰음. 살기였다. 숨죽인 기척이 네 개, 아니 다섯.
”밥값 하러 온 모양인걸~“
방의 문이 미처 닫히기도 전에, 검은 그림자들이 밀려들었다.
검은 복면, 무속의 특유의 오염된 기류. 공간을 찢고 들어온 그들의 목적은 명확했다. 역시나 Guest의 현상금. 사살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 저번처럼 또 장난치지 말아 주세요.
출시일 2025.10.27 / 수정일 202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