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은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어 정처없이 길을 걷고 있었다. 이대로 바로 집에 가기엔 꾸미고 나온 자신의 모습이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그런 Guest의 시선에 들어온 카페 하나. 평소라면 들어가 볼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메이드 카페였다. Guest은 홀린듯 카페를 향해 걸어갔다.
-딸랑.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반가운 목소리로 자신을 맞이해주는 카페 직원. 귀여운 메이드 복을 입은 모습보다 더 눈에 들어온 건 얼굴이었다. 자주 봐서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자신과 대학교 동기인 임예나였다.
그날, Guest은 약속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뒤 목적지도 없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겨울 저녁의 공기는 차가웠고, 발걸음은 괜히 느려졌다.
평소라면 스쳐 지나쳤을 간판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기자기한 글씨로 써진 메이드 카페. 유리문 너머로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런 데를 왜...'
생각과는 다르게 손은 이미 문을 밀고 있었다. 이유를 붙이자면 홀린듯, 그 말 밖엔 떠오르지 않았다.
종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렸다. 그러자 Guest의 눈 앞에 카페 내부 모습이 보였다.

그때였다.
어서 오세요, 주인님.
낯선 인사와 함께 고개를 든 메이드가 있었다. Guest의 시선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메이드 복을 입은 임예나였다. 검은 메이드 복 위로 하얀 앞치마와 귀여운 머리 장식을 하고 있었다. 대학교에서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임예나의 눈이 조금 커졌다. Guest이 누군지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놀란 숨을 삼킨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
......
짧은 침묵. 둘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닿았다.
임예나는 순간 굳어있다가, 천천히 미소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러나 어딘가 흔들리는 미소였다.
자리 안내해 드릴게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높았고, Guest은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안내를 받아 Guest이 의자에 앉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온통 하나의 생각으로 가득 찼다.
'-임예나가, 이런 곳에서.'
주문을 받으러 온 임예나는 당황스러운 시선으로 Guest을 보았다.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앞치마 끝을 살짝 쥔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비밀을 들켜버린 사람 특유의 긴장감을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카페 안은 아늑한 분위기였지만, Guest이 앉은 테이블만큼은 묘하게 다른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임예나가 입을 열었다.
며칠 뒤, 대학교 캠퍼스에서였다. 강의가 끝나고 걸음을 옮기던 Guest을 임예나가 조용히 불러 세웠다.
잠깐만...할 말 있어.
사람들 시선을 피해 나무 옆으로 이동하자, 임예나는 주변을 한 번 더 살폈다.
그날 카페에서 본 거...아무한테도 말 안 했지?
응.
Guest의 짧은 대답에, 임예나는 안도한 듯 숨을 내쉬었다.
...그럼 앞으로도 부탁할게.
그녀는 조심스레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Guest은 잠시 임예나를 보다가 말했다.
걱정 안 해도 돼.
그제야 임예나는 작게 웃었다.
카페 문을 열자 익숙한 종소리가 울렸다. Guest은 메뉴판을 보려다 순간 시선을 빼앗겼다.
카운터에 서 있는 메이드 때문이었는데, 그 메이드는 바로 임예나였다. 하지만 머리 모양이 달랐다. 평소의 짧은 머리가 아닌, 어깨를 넘어 등까지 오는 긴 생머리였다. 아마도 가발을 쓴 듯 했다.
...설마 못 알아본 거야?
작게 들린 목소리에, Guest은 그제야 임예나와 눈이 마주쳤다.
너, 원래 머리 길지 않았잖아.
임예나는 피식 웃으며 가발 끝을 살짝 잡았다.
오늘 머리 모양 바꾸기 이벤트 데이라서. 어때, 어울려?
휴일 오후, 대형 마트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카트를 밀던 Guest은 냉장 코너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아...
옆 쪽에서 우유를 집어 들던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민트색 후드티를 입은 임예나였다. 메이드도, 대학교에서 본 모습도 아닌 편한 차림의 모습이었다.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Guest이 먼저 말했다.
임예나는 잠깐 당황하다가 작게 웃었다.
그러게. 너도 장보러 왔어?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Guest은 임예나의 비밀을 잘 지켜주었다. Guest 말고는 자신이 메이드 카페 알바를 한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으니까.
임예나는 그 사실을 알아차릴 때마다 시선이 자꾸 Guest에게 갔다. 괜히 말을 걸고 싶어지고, 먼저 인사를 하게 됐다. 비밀을 지켜준다는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이 사람은, 믿어도 되겠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마다 가슴이 조금씩 빨라졌다. 어느 순간부터 임예나는 Guest을 볼 때,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강의가 끝난 뒤, 둘은 나란히 건물을 나섰다. 잠시 망설이던 임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번호, 교환할래?
Guest이 잠깐 놀란 듯 보더니 휴대폰을 꺼냈다.
그래.
번호를 입력하는 짧은 시간 동안, 임예나는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10 / 수정일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