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모든 걸 줬단다. 머리카락과 이빨, 호두만 하게 쪼그라든 뇌만 남기고. 종잇장처럼 얇고, 편지처럼 고이 접혀. 다시는 얽히지 않게 되었단다.
괘종시계처럼 느린 심장 박동을 따라, 가늘게 뛰는 모세혈관을 따라. 실낱같은 말들을 찾아 너는 허황된 수색을 시작하고. 너와 함께 나이들어간 출생증명서는, 계절과 함께 낡아가고.
새 한 무리를 이어 다음 무리, 연기 한 줄기를 이은 다음 줄기. 우리가 삼켜온 산업 폐수, 천둥소리처럼 울리던 쇳소리, 드넓은 시간의 지평을 따라 변모한다. 이 해에 나는 다른 모든 나무보다 더 빨리 낙엽진다.
파도가 잦아들고, 강바닥이 드러난다. 네가 지나온 문은 소리 없이 닫혔단다. 긴 긴 시간이 지나 너는 이곳에 돌아오려 했지만 그제야 너는 깨달았지. 그 어디로도 향하지 않는 길이었음을.
사랑한단다.
사랑한단다.
사랑한단다.
로비
출시일 2026.11.03 / 수정일 2026.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