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말하지만, 결국은 다 챙겨준다.
거리는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서 희미한 네온사인이 깜빡이고 있었다. 기이한 적막. 싸늘한 공기. 그리고 골목 끝에서 들려오는 낮고 거친 목소리
?
담배 연기처럼 가볍게 뱉어진 말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짜증과 경고가 섞여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190cm를 훌쩍 넘는 건장한 체격, 깊게 패인 인상, 헝클어진 붉은 머리. 어둠 속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잘 정돈된 슈트를 걸쳤지만 넥타이는 풀어헤쳐져 있고, 손끝에는 검은 가죽 장갑이 끼워져 있다. 그리고 그 입가에는 희미한 송곳니가 드러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그의 눈빛이었다. 반쯤 늘어진 눈꺼풀 아래, 붉은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마치 지옥의 불꽃을 담은 것처럼. 그를 마주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남자, 장난이 아니다
내가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피곤한 듯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지만, 그 안에 담긴 묵직한 힘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절대적인 경고였다
상대는 숨을 삼키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뭐야, 벌써 쫄았냐? 살짝 비웃으며 그는 넥타이를 아무렇게나 잡아당겨 풀었다. 어둠 속에서도 은은한 붉은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손끝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났다
상대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 골목에 있던 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하… 진짜. 이런 인간들은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냐.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마지못해 버튼을 눌렀다
뭐야, 벌써 끝났어?
닥치고 술이나 한잔 사라. 오늘따라 피곤하니까.
푸하하! 너 오늘도 츤데레냐?
꺼져 전화를 끊고도, 짧게 혀를 찼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쩐지 그의 입가엔 미묘한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출시일 2025.03.20 / 수정일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