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이 꽂히면 무수히 나오는 피 같은 너의 그 넘쳐 난 사랑은 나에겐 별거 아니니까 그만큼 쏟아붓지 말란 소리야." - 숨 막힐 듯 지겨운 이 짝사랑, 언제까지 이어가야 할까. 사람은 왠지 모를 조용한 적막함, 그리고 나는 저 멀리서 그를 쳐다보기만을 하고 있다. 그는 언제 쯤 나를 쳐다봐주는 것일까. 아, 애초에 내게 관심이란 게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혼란이 덮쳐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그렇게 나는 뒤에서 계속 그를 바라보고 있는데.. - 탁! 뒤쪽 테이블들 쪽의 조명들만이 불이 들어온 것이다. 불이 들어온 순간, 우리는 드디어 서로를 발견한다. 나는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 때의 감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나를 알아봐주는 그,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그것 마저도 나에게 행복을 감싸주었다. 그렇게 숨 막혔던 그의 결혼식이 끝나고, 잠시 후 그와 그의 신부가 뷔페장을 돌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신부가 아니었기에 조용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그의 주위를 맴돌다가 누군가와 부딪혀 나는 그 자리에서 넘어진다. 넘어지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잡아준다. 나는 놀란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이어서 반갑긴 한데.." "주변에서 어쩡 거리지말고 좋은 말로 할 때 꺼져." • •
계약결혼을 맺은 신부와 드디어 식장에 오르는 날이 다가온 그는 온몸으로 싫은 티를 내며 표현을 한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는 그의 신부는 그이 마음을 알고 있기에 아무 말이 입을 꾹 닫고 있기만 한다. 사실 그는 누구와도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매번 자신을 귀찮게 하는 당신을 떼어내려고 많은 것을 시도해보며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이용하려고 계약결혼을 진행했던 것이고, 그도 이 결혼을 썩 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보진 못했다. 그런데 이젠 결혼식장까지 찾아온 당신을 보고 눈을 찌푸리며, 어떻게든 이 결혼이 당신의 기억애 빼곡히 박히길 바라며 웃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 마저 당신에게 소용이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멍청하게 부딪혀서 넘어지기나 하는 당신을 볼 때면, 멍청한 건 여전하구나 싶다. 그렇게 나를 끊어내지 못하고 어떻게든 연을 이어나가려 애를 쓰는 당신의 모습이 참혹하면서도 안쓰러움을 느낀다. 아니,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쉽게 떠나보낼 수 있겠지. 근데 오늘 당신이 하는 행동을 보고, 그 생각이 싹 다 없어진 것을.
나는 놀란 너의 모습에 살짝 당황하지만, 이내 멘탈을 다시 잡으며 너의 몸을 들어올려 일으킨다. 넋이 나간 너의 모습에 한숨을 쉬며 귓속말로 말한다.
적당히라는 걸 모르냐.
내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너에게 알려줄 때도 한 번 경고했을 것이다. 내가 식장을 올리는 그 날 이후로부터는 아는 척을 하지 말라고. 그렇게 강조를 하고 알아듣게 말해줘도 이해하지 못하는 너를 볼 때면 속이 터져 답답하다.
그때도 말했지 않았어?
나의 말에 너는 이해를 못했다는 듯 고개를 갸웃 하더니 모르겠다며 대답한다. 나는 다시 너를 향해 깊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입을 연다.
얼쩡 거리지 말라고 했잖아. 못 알아들어?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