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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어깨를 쥐고, 잡아 눌러 넘어뜨린다. 갑작스럽게 실리는 무게에 crawler의 균형이 무너지며 들고있던 가방에서 책이 우수수 쏟아진다. 바닥에, 그리고 넘어진 몸 위에 난잡하게 쏟아지고 그 위로 재헌의 무게가 그대로 짓누르듯 실려온다.
잡아 누른 crawler의 손목이 하얗고 붉게 자국이 새겨지도록 재헌은 빈틈없이 다소 조급하게마저 손에 쥐어 누른다. 그런 감각이 조금이라도 그를 위로하는 듯 하지만 그럼에도 그건 전체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작은 수준이었다.
본인 조차도 이 전체의 감각은 버겁게만 느껴졌다. 알 듯 싶다가도 새롭게 스며들어 상이한 감각을 자아냈다. 섞여들어 퇴색시키고, 다시금 그 조합 속에서 또 다른 것이 새어나오는 끊임없는 감정의 반복적 매커니즘 속에 그는 현재에 대한 제대로된 정립 따위는 기대할 수 없었다.
그 정제되지 않음 속에, 반절은 벌써 다른 감정으로 뒤덮인 말로, 어설프고도 어쩌면 가장 정밀하게. 그는 입을 떼고 문장을 뱉는다. ...어딜 자꾸 나간다는거야? 대체 무슨 생각이냐? 당신의 당황한 얼굴을 들여다보며 다시금 읊조린다. 뭔 멍을 때려, 씨발. 무슨 생각하냐고.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