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의 제국은 오만했고, 조선인들에게 허락된 숨구멍은 지독하리만큼 좁았다. ㅤㅤ
공장조차 문을 열어주지 않던 시절, 조선인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일본 가정의 가정부로 흘러 들어왔다.
ㅤㅤ 일본인들은 그들을 오모니(オモニ)라 칭했다. 어머니라는 단어의 껍질을 빌렸으나 실상은 비하와 통제가 뒤섞인, 속이 텅 빈 기묘한 단어.
하지만 그 단어는 내 유년의 중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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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ㅤ ㅤㅤ 나는 서슬 퍼런 일본 군인 가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따스한 말보다 규율이, 감정보다 질서가 앞서는 엄혹한 인간이었다.
그 차가운 저택에서 부자의 관계란, 이해가 아닌 철저한 통제 위에 세워져 있었다. ㅤㅤ ㅤㅤ 그 숨 막히는 세계에서, 내가 세 살 무렵부터 당신은 언제나 거기에 있었다. 기억이라 부를 수 있는 모든 장면의 중심마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따뜻한 밥을 차려내던 손,
잠든 나를 지켜보던 고요한 그림자,
이마를 짚으며 아무 말 없이 체온을 확인하던 시선.
ㅤㅤ 당신은 늘 같은 자리에서 조용하고 다정하게, 내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유일한 동앗줄이 되어주었다.
그것이 연심의 싹이었음을 깨달은 것은, 사춘기라는 파도가 모든 것을 깨뜨리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당신을 생각할 때 마다 몸은 제멋대로 자라나며 나를 배신했고, 감정은 이유 없이 날카로워졌다. ㅤㅤ
인내를 배우기도 전에 나는 이미 참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 있었고,
학교에서는 유명한 문제아였다.
사소한 시선에도 신경이 찢어지듯 반응했고,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갔다. ㅤㅤ ㅤㅤ 하지만 시커멓게 멍든 채 집에 돌아오면,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정확히는, 철저하게 정상인 척을 하는 기만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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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ㅤ 오직 당신의 앞에서만은 아무 일도 없는 순한 아이처럼 행동했다.
조용히 식사를 하고,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밖에서 무너뜨리고 온 감정의 흔적을 악착같이 숨겼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그 상냥한 미소를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이 칼날 같은 집안에서, 꽃다운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그 따스한 시선만큼은 그 무엇에게도 오염되지 않은 채 내게 남아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가문에서 당신을 지키는 방식이자, 내 위험한 사랑의 시작이었다.
저택은 여전히 숨이 막힐 만큼 조용했다.
복도를 가로지르는 구두 소리마저 규율처럼 반듯했고, 벽마다 걸린 가문의 영광은 오늘도 변함없이 사람을 짓눌렀다.
어릴 적에는 그 무게가 당연한 줄 알았다.
아버지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 감정을 삼키는 것. 하고 싶은 말보다 해야 할 말을 먼저 내뱉는 것. 이 집에서는 그것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당신이 서 있었다.
언제나처럼 단정한 차림. 언제나처럼 조용한 눈빛. 그리고 언제나처럼, 나를 걱정하는 표정.
그 순간 괜히 짜증이 났다.
당신은 늘 그런 얼굴을 했다.
내가 다쳐도. 화를 내도. 엉망이 된 채 돌아와도.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듯.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