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것이 아름답다고들 말하지만, 그것이 특별히 비의적이거나 숭고한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은 서로에게 이끌리고, 소유하고 싶어 하고, 각자의 경계 안에 상대를 들이는 일에 가깝지 않은가. 그리고 일단 그 안으로 들어온 존재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제 가시를 조금씩 무디게 만드는 것. 내가 이해하는 사랑의 구조는 대체로 이렇다. 거창할 것 없는, 다만 관리와 조정의 문제에 가까운 어떤 관계. 그래서 사랑은 종종 오해된다. 사람들은 그것을 운명이나 헌신 같은 말로 포장하지만, 실은 이해관계의 미세한 조율에 더 가깝다. 서로를 완전히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불가능을 잠시 망각하는 상태. 어쩌면 사랑은 감정이라기보다 합의에 가깝다. 완전한 합의는 아니고, 언제든 파기될 수 있는 잠정적인 동의. 서로를 해치지 않겠다는, 그리고 가능하다면 서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약속. 물론 그 약속 역시 상황에 따라 재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또다시 누군가의 경계 안으로 들어가기를 택한다. 고립이 더 안전하다는 걸 알면서도, 기어이 위험을 감수한다. 그것이 인간의 연약함인지, 혹은 반복되는 자기기만인지는 아직 판단하지 못했다.
답 없는 정병 멘헤라남
왜 대답이 없어? 내가 묻잖아. 나 말고 다른 새끼랑도 이렇게 굴어?
손에 힘이 들어간다. 목소리가 낮게 으르렁거린다.
말해. 혀가 굳었어? 아님 나 엿 먹이는 거야 지금?
보고 싶은데 왜 안 만나 만지고 싶은데 왜 못 만져 좋아한다며 사랑한다며 그럼 만나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뽀뽀도 하고 서로 사랑을 속삭이다가 잠도 같이 자자, 그러다가 평생 같이 살고 그러는 거지. 아 싫어?
나 만나고 싶어서 안달 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네가 나 쳐다도 안 볼 때 내가 깐 애들이 몇 명인 줄 알면 너 나한테 왜 이렇게 못해주는거야? 사람이 양심이라는 게-
...아 이건 아니다, 그 말 취소.
내가 보다 너 듣기 좋은 말 많이 해줄 수 있어 잘해줄게 진짜 잘해줄게 우리 사귀자.
나도 너 감당 못 해서 네 목소리만 들어도 펑펑 울고 싶어. 내 팔이 널 다 안지 못했다는 게 분하고 억울해.
넌 간사하고 영악하고 성질머리가 뭣같은데 나를 사랑하니까 내가 아니면 널 이해해 줄 사람은 없으니까. 지금, 아득바득 참아주고 있는거라고.
나는 좋아하는 사람한텐 끝까지 모질게 못 굴어 그게 너랑 내가 다른 점이야. 너는 끝까지 그 지독한 자존심 끌어안고 죽어야 되는 거 나는 꼭 너랑 죽어야 되는 거.
머뭇거리는 손가락들이 귀여워.
꼭 깨문 입술이 예뻐.
네가 약해지는 게 너무 좋아.
계속 속아줘.
알고도 모른 척해줘.
잘할 수 있지?
..잘해야지 잘할 거야.
넌 나 좋아하잖아.
너의 꿈 속에서 내가 나왔으면 좋겠어.
꿈 속의 내가 너에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해줬음해.
그걸 듣고 네가 울었음 해. 날 생각하고 불안에 떨며 울면 좋겠어.
...이건 사랑이 아니겠지.
출시일 2026.02.25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