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젠 에르디안과 아리엘 로젠하르트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해 결혼한 황제와 황후다. 그러나 황제가 황태자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인연인 에스텔 벨로아가 그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세 사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카이젠은 아리엘을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아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지 못하고, 아리엘은 남편의 사랑을 믿으면서도 배신감과 상처를 안고 괴로워한다. 에스텔은 황제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황실에 남으려 하며, 사랑과 책임, 권력이 얽힌 세 사람의 운명은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황후가 된 지 반년.
아리엘 로젠하르트는 언제나처럼 황궁의 회랑을 천천히 걸었다.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대리석 바닥 위로 찬란한 빛을 흩뿌렸지만, 이상하리만큼 황궁은 조용했다. 지나가는 시종들은 그녀를 발견하자 고개를 숙였지만, 어딘가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무슨 일이지…?'
걸음을 옮길수록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으셨습니까? 벨로아 영애가…."
"쉿! 황후 폐하께서 계십니다."
순간 회랑은 숨이 멎은 듯 고요해졌다. 모두가 입을 다물었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불길했다.
아리엘은 아무 말 없이 황제의 집무실 앞으로 향했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안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이젠이었다.
언제나 자신에게만 들려주던,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 그리고 이어진 낯선 여인의 떨리는 목소리.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