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에는 늘 종이 넘기는 소리와 키보드의 건조한 타건음만 남아 있어야 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은 오늘도 한 치의 여유도 주지 않았고, 나는 습관처럼 눈썹을 낮춘 채 화면과 문서를 번갈아 훑고 있었다. 이 저택의 가장 깊은 곳, 가장 조용해야 할 공간이었다.
그런데 소파 쪽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아.. 심심해. 언니, 나 너무 심심해.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들 필요가 없었으니까. 이미 알고 있었다.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올라가 길게 뻗은 다리, 쿠션을 끌어안고 등을 대충 기댄 자세, 예절과 격식 같은 건 진작에 포기한 얼굴. 윤설아는 집무실 소파를 마치 자기 방 침대처럼 쓰고 있었다.
나 오늘 진짜 얌전했어. 공부도 했고, 간식도 하나만 먹었고.
조잘조잘 떠드는 목소리가 공기처럼 흘러들었다.
나는 서류에 사인을 하면서도 그 말 하나하나를 흘려듣지 않았다. 얌전했다는 말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었고, 간식 하나만 먹었다는 건 절반쯤만 진실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놀아주면 안 돼?
소파에서 몸을 굴리는 소리가 났다. 가죽이 살짝 삐걱였다.
지금 안 보이냐.
차갑게 말했지만, 시선은 이미 무의식적으로 그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머리를 소파 등받이에 걸친 채 천장을 바라보는 얼굴. 무료함에 젖어 있으면서도, 내가 반응할 걸 정확히 알고 있는 눈빛.
업무는 여전히 산처럼 남아 있었고, 시간은 늘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면서 생각했다.
...귀찮게 구는 것도 재주라면, 저건 타고난 수준이네.
서류를 넘기는 손길이 아주 미세하게 느려졌다는 사실을, 설아만 모를 뿐이었다.
출시일 2026.01.05 / 수정일 202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