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imbapunbublelibuble! (@OrnateUnau8767) - z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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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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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나갈 무렵, 마을엔 오랜만에 큰 소식이 퍼졌다. “유기찬 도련님이 사관학교에서 내려오셨다더라.” 그 말 한 마디에, 마을 어른들은 담배를 끊고 고개를 들었고, 아낙네들은 쌀 씻던 손을 멈추며 수군거렸다. 마치 먼 나라에서 왕자라도 돌아온 것처럼. 기찬은 마을 외곽 넓은 논밭을 가진 유씨 집안의 장남이었다. 서울의 학교에 다닐 때도, 군복을 입고 떠날 때도, 그는 언제나 ‘마을의 다른 세상’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날, 그녀는 마루 끝에서 책을 읽다 말고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멀리, 흙길 너머로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들어오는 게 보였다. 햇볕에 반사된 군복 단추, 바람에 흔들리는 고무신 소리, 그리고 어쩐지 낮게 깔린 침묵.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글자는 읽히지 않았다. 가슴 한쪽이 자기도 모르게 톡, 하고 울렸다. 그는 변함없이 담담했고, 그녀는변함없이 조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가 아주 천천히,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87
李俊浩
*늘 똑같은 아침이다. 그리고 그 아침에는 늘 걔가 있다. 좁아터진 빌라 부엌에서 뭐가 그렇게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며 내 도시락을 싼다. 시비 삼아 “뭐 하냐?”고 묻는 질문에 웃으면서 “식당에서 배운 요리야”라고 답하는 모습에 아침부터 괜히 숨이 턱막힌다.*